어린 시절 먹던 그리운 음식의 맛과 냄새를 마주하면 옛 기억도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치매 등 기억이 희미해지는 질병 치료의 응용을 기대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논문에서 예전에 즐기던 음식의 향과 맛을 접한 노인들이 과거 기억을 비교적 또렷하게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기억 회복이 과거에 접한 사물이나 풍경은 물론 맛이나 냄새, 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가정하고 실험을 기획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음식에 관한 추억을 갖고 있다. <사진=pixabay>

노인 12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젤리볼을 뽑아냈다. 각 젤리볼에는 다양한 음식 맛과 냄새를 집어넣어 피실험자들이 무작위로 접하게 했다.

젤리볼을 맛본 노인들은 과거 특정 경험과 연관된 기억을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했다. 한 참가자는 오래전 캄보디아에서 접한 그린 카레에 대한 추억을 술술 이야기했고, 또 다른 실험 참가자는 시집가기 전날 모친이 해준 파이 생각이 50년 만에 떠올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의 기억은 어린 시절 접한 장면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맛과 냄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번 실험에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먹던 음식의 맛이나 냄새가 잊힌 기억의 복원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음식의 맛과 냄새는 풍부한 감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열쇠와 같다”며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맛과 냄새는 치매 환자의 희미하고 모호해진 기억을 다감각적으로 재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실 젤리볼이 품은 다양한 맛들이 자극한 것은 과거 음식에 대한 지각뿐이다. 그런데도 피실험자들은 연관된 오랜 기억들을 온몸으로 다시 체험했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재생했다. 

실험 관계자는 “기억을 온전히 되살리는 맛과 향은 강력한 힘이 있으면서도 그간 잘 연구되지도, 이용되지 않은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다감각접근법으로 기억을 재구축하는 방법에 음식 맛과 냄새가 힌트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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