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르’가 8일 오후 첫 발사에 성공했다. 예고대로 조지 워싱턴과 존 F.케네디, ‘스타트렉’ 연출가 겸 작가 진 로든버리의 유해를 싣고 날아오른 ‘벌컨 센타우르’는 우주장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벌컨 센타우르’는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4시1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힘차게 솟아올랐다. 심우주 상업 페이로드 운송 목적으로 개발된 이 로켓에는 미국 우주장 업체 셀레스티스의 유해 캡슐 330개가 담겼다.

어른 손가락만 한 캡슐은 티타늄 재질이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히트한 우주 SF ‘스타트렉’을 빚어낸 진 로든버리와 그의 아내이자 배우 마젤 바렛, 니셸 니콜스와 제임스 두한, 드포레스트 켈리 등 ‘스타트렉’ 출연자, 조지 워싱턴과 존 F.케네디, 아이젠하워 등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의 유해가 담겼다. 유족은 셀레스티스가 별도 판매하는 195달러(약 26만원)짜리 추적기를 통해 우주를 비행하는 캡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우주장은 인류의 기술 발달을 보여주며, 평생 우주를 동경한 이들이 손에 꼽는 소원이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사진=pixabay>

1997년 설립된 셀레스티스는 ‘엔터프라이즈 플라이트(Enterprise Flight)’로 명명된 우주장을 실시해 왔다. 특별히 ‘벌컨 센타우르’의 역사적인 첫 비행에 맞춰 월면장과 심우주장을 결합한 대규모 우주장을 계획했다. 로켓 개발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계속 미뤄졌는데, 2024년 새해에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됐다.

셀레스티스는 유해 캡슐 330개 중 62개는 아스트로보틱스 사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Peregrine)’에 실었다. 다만 ‘페레그린’이 ‘벌컨 센타우르’에서 사출된 뒤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월면장은 사실상 실패했다. 나머지 캡슐 268개는 자사 우주장 위성에 실려 예정대로 약 3억㎞ 떨어진 심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생전 우주장을 강하게 원했던 진 로든버리의 유골은 이번에도 우주로 향했다. 1997년 셀레스티스를 통해 한차례 우주장을 했으나 당시 유해가 7g만 보내져 유족이 이번에 다시 신청했다. 셀레스티스의 찰스 체이퍼 CEO는 “27년 전 진의 유해를 우주로 보낼 때 아내 마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시 마젤은 아직 서른도 안 된 제게 사상 첫 상업 우주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칭찬했다. 또한 수백 년을 앞선 우주장의 시도가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고 바랐다”고 돌아봤다.

셀레스티스의 우주장을 통해 달 표면 또는 심우주로 운구되는 캡슐의 일부. 티타늄 캡슐 겉에는 유해의 주인 이름이 새겨졌다. <사진=셀레스티스 공식 홈페이지>

우주장은 미래 장례의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가 실시하는 화장은 상당한 연료를 소모하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수장(water cremation. 시신을 바다에 안장하는 수장과 다름)이나 빙장, 퇴비장 등 친환경 미래장이 여럿 등장했는데, 아직 정착되려면 갈 길이 멀다. 우주장은 유해를 지구 밖으로 보낸다는 점에서 미래장 중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주장이 돈벌이일 뿐이며, 수많은 우주 쓰레기를 더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이번처럼 운반하는 기체가 고장 날 경우 캡슐들은 지구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셀레스티스가 캡슐을 보내는 코스 중 하나인 지구 궤도에는 줄잡아 400만 개(일부 학자는 수억 개로 본다)의 우주 쓰레기가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유해 캡슐이 담긴 위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추적기. 유족이 지구상 위치를 설정하면 위성이 그 상공을 통과할 때 램프가 점등된다. <사진=셀레스티스 공식 홈페이지>

우주장 요금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셀레스티스 기준으로 유해 캡슐을 우주로 보냈다 지구로 회수하는 코스는 2995달러(약 400만원), 지구 궤도에 캡슐을 올리는 코스는 4995달러(약 660만원), 월면장 또는 3억 ㎞ 거리의 심우주장은 공히 1만2995달러(약 1710만원)부터 요금제가 시작된다. 이를 비싸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평균 장례 비용보다 싸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인 평균 장례비는 약 1300만원이었다.

셀레스티스의 우주장에 맞춰 다른 업체들도 이 신사업에 뛰어들 것은 분명하다. 우주장은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도 대상으로 하며,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민간 업체들이 전부터 추진해 왔다. 최근 상업 페이로드 수송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우주장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다만 관련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만약의 사고도 일어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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