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최초의 호박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학자들은 백악기 남극 지역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할 귀중한 단서를 잡았다고 기대했다.

독일 알프레트베게너극지해양연구소(AWI)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박이 발굴되지 않은 남극에서 이뤄진 놀라운 발견을 소개했다.

AWI 요한 클라게스 박사 연구팀은 2017년 수심 946m 깊이에서 드릴로 채취한 퇴적물을 최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호박을 확인했다. 퇴적물이 나온 현장이 아문센 해 파인아일랜드만인 점에서 파인아일랜드 호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극 아문센 해 파인아일랜드만에서 채취한 퇴적물. 호박의 크기는 불과 70㎛지만 백악기 남극 자연환경의 비밀을 품은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AWI 공식 홈페이지·요한 클라게스>

요한 클라게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약 9000만 년 전 아주 옛날, 지금보다 따뜻했던 서남극에 어떤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힌트"라며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7개 대륙 전체에 수지를 분비하는 수목이 번식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말했다.

호박은 광채를 발하는 보석 같지만 실제로는 먼 옛날 수목에서 분비된 수지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 생성된다. 이를 조사함으로써 호박이 굳어진 당시의 동식물 분포나 생태계에 대해 알 수 있다.

남극에서 처음 나온 호박은 9200만 년에서 83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의 것으로 추측된다. 주로 침엽수로 구성된 늪지대의 삼림에 잠들었던 호박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호박 중에서 최남단의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호박 속에 박힌 나무껍질의 미세한 잔류물 <사진=AWI 공식 홈페이지·요한 클라게스>

요한 클라게스 박사는 "1㎜ 두께로 썰어낸 퇴적물 샘플에 포함된 파인아일랜드 호박은 크기가 7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조사에서 이 호박에 나무껍질의 미세한 잔류물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어 "호박의 보존 상태가 좋은 점에서 지표 가까이 묻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호박은 열 스트레스가 높거나 너무 깊이 묻히면 분해되기 때문"이라며 "상당히 온전한 남극 호박은 새로운 지식의 퍼즐 조각과 같다. 수목이 풍부했던 백악기 중기 남극점 근처의 환경을 이해하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학자들은 남극이 9000만 년 전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뒤덮였다고 추측해 왔다. 이를 구체화한 연구 결과가 2020년 발표되기도 했다. AWI는 과연 학자들의 생각이 맞는지 호박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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