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북극과 남극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 즉 지구 자전축(지구축)을 중심으로 돈다. 지구축은 질량 중심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구 질량이 크게 재배분되면 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지진으로 인해 지구축이 2.5㎝ 이동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대규모 지각현상 등으로 지구 질량이 재분배되면 지구축은 물론 북극과 남극의 위치도 조금씩 바뀌는데, 이를 '극 배회(polar wander)'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근 과학자들은 지난 30년간 북극과 남극의 위치가 약 4m 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들의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중국과학총국의 지리과학 및 천연자원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 저널을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GRACE(Gravity Recovery and Climate Experiment) 임무의 위성을 통해 중력 데이터를 얻었다.

특히 연구진은 1995~2020년 사이의 극 배회가 1981~1995년보다 17배나 빨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간은 북극과 남극의 해빙이 대규모로 녹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연구의 주 저자인 덩샨샨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빨리 녹은 것은 1990년대 극 배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북극의 해빙 <사진=pixabay>

게다가 극 배회를 가속화한 인간의 행위는 지구 온난화만이 아니었다. 50년간 지하에 묻혀있던 지하수를 18조t 이상 추출했다는 것도 지구 질량을 재분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하수는 특정 위치에 집중적으로 저장돼있다가 퍼올려져 사용된 뒤 바다로 흘러 나간다.

연구진은 지하수가 가장 많이 퍼올려진 지역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북부, 중국 베이징, 인도 북부 등으로, 지하수는 대부분 농업용수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물론 북극과 남극의 위치가 이 정도로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빙하가 녹고 지하수가 퍼올려지는 것은 향후에도 지속될 문제다. 이로 인해 미래에 지구축 이동에 얼마나 크고 빨라질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지켜볼 문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20여년 전부터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 구분을 홍적세(Late Pleistocene), 충적세(Holocene)에 이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