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 양조장에서 분말 맥주가 탄생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가루로 된 맥주가 나왔다는 소식은 주류 애호가는 물론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Neuzeller Kloster Brewery)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 최초의 가루 맥주를 선보였다.

업체에 따르면 가루 맥주는 일반 맥주처럼 풍부한 거품과 진한 풍미를 낸다. 물론 분말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은 아니고, 잔에 넣고 적당량의 물을 더한 뒤 잘 저어 기존 맥주처럼 마시는 식이다.

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가 분말 맥주를 개발한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이 맥주의 무게는 병에 담아 유통하는 기존 맥주의 10%도 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 수송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유리병이나 알루미늄 캔 대신 종이 팩에 넣으면 그만이어서 제조단가도 줄어든다. 운반 중 사고로 맥주병이 깨질 일도 없다.

독일 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가 세계 최초의 분말 맥주를 선보였다. 제작 방법 및 공정은 기밀로,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이 뽑아냈다. <사진=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 공식 홈페이지>

업체는 우선 무알코올 맥주를 가루로 만들어 소비자와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평가가 좋으면 알코올을 첨가, 본격적인 분말 맥주 유통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가루 맥주는 농밀한 맥주 맛에 정통한 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의 노하우와 첨단 기술 업체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자금은 친환경 업체 투자로 유명한 BMW의 자회사 BMWi가 지원했다.

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는 분말 맥주 제조법을 철저한 기밀로 유지하고 있다. 덱스트린이 풍부한 무알코올 맥주를 기존 방법대로 양조하고, 수용성 맥주 분말 또는 과립으로 가공 처리했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제품 생김새도 비밀에 부쳤는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뽑아낸 이미지만 소개했다.

분말 맥주는 병이나 알루미늄 캔이 필요 없고 가벼워 유통 비용이 적게 든다. <사진=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공식 홈페이지>

회사 관계자는 “가루 형태의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시장 평가가 좋을 경우 올해 중반부터 알코올을 함유한 분말 맥주 제조에 착수할 것”이라며 “기존 맥주의 공정을 단축하고 생산 단가, 유통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말 맥주가 궤도에 오르면 오래 지속된 전통 양조 기술은 점차 사라지고 원자재와 노동력, 에너지 소비를 모두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는 현재 주류 업체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맥주 업체들은 탄소 중립을 외치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고전적 제조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환경 문제와 직결되는 물을 주원료로 하는 맥주 업체들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 고민이 깊다.

가루 맥주도 기존 맥주처럼 종류별로 거품과 풍미, 알코올 함유량 등이 제각각이다. <사진=노이첼레 클로스터 브루어리 공식 홈페이지>

회사 관계자는 “사실 가루 맥주는 독일이 아닌 아시아나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전략 상품”이라며 “독일은 맥주 양조 역사가 아주 오래됐고, 소비자들은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맥주 맛과 품질에 덜 깐깐한 국가나 지역이 가루 맥주의 타깃”이라고 전했다.

주종을 떠나 세계 최초로 분말 술을 제조한 것은 일본 사토식품공업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술의 향과 알코올을 그대로 남겨둔 채 수분만을 특수 공법으로 빼내면 분말 사케를 만들 수 있다. 분말 술은 식품의 풍미를 더하고 식재료의 잡내를 없애거나 음식에 광택을 내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포츠 드링크 중에도 분말 제품이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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