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정돈하면서 미용실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활용해 배수로를 정화하는 기발한 방법이 유럽에서 개발됐다.

벨기에의 비영리 단체 '덩덩(Dung Dung)'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잘라낸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기름 등으로 오염된 배수로를 닦아내는 묘안을 제안했다.

이 단체는 사람 머리카락이 기름이나 얼룩을 닦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모발 1㎏은 무려 7~8ℓ의 기름 및 탄화수소를 흡수할 수 있다. 미용실 등에서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머리카락은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천연자원인 셈이다.

미용실에 버려지는 사람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헤어 매트 <사진=Dung Dung 공식 홈페이지>

'덩덩' 관계자는 "현재 벨기에는 물건과 자원의 가치를 보전·유지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순환 경제'를 적극 장려한다"며 "폐기물 수거 계획의 일환으로 미용실은 잘라낸 손님들의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이를 통해 벨기에 곳곳의 오염된 배수로를 닦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 재활용 프로젝트(The Hair Recycle Project)'로 명명된 이 계획은 이렇게 실행된다. '덩덩'은 벨기에 전역의 미용실이 모은 머리카락을 수거해 기계로 압착, 정사각형의 모발 매트를 만든다. 이 매트를 도심에서 하천, 그리고 하천에서 바다로 통하는 주요 배수로에 넣어 내부의 찌든 얼룩을 제거한다.

'덩덩' 관계자는 "배수구에 들어간 모발 매트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오염수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아준다"며 "뜻밖의 사고나 비양심적인 공장 때문에 대량의 오폐수나 기름이 흘러들었을 때도 유용하다"고 전했다.

영국 바이옴 사의 전등 갓(위). 사람 머리카락과 목재를 섞어 제작했다. 아래는 Studio Sanne Visser가 선을 보인 반려동물 전용 리드. 여기도 실제 사람 머리카락이 들어갔다. <사진=바이옴 공식 인스타그램·Studio Sanne Visser 공식 인스타그램>

사람의 머리카락은 그간 기부를 통해 암 환자 가발 등으로 활용될 뿐 대부분 그대로 버려졌다. 그러다 친환경적으로 쓰임새가 발견되면서 산업계는 점차 머리카락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머리카락은 생물 유래 소재를 결합하면 봉투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머리카락 한 올은 자체 무게의 최대 1000만 배를 견딜 수 있고 수용성 및 탄성도 뛰어나다. 유럽에서는 이미 사람 머리카락을 섞은 목재 시트나 반려견용 리드가 시장에 선을 보였다.

'덩덩 관계자는 "머리카락에는 질소가 풍부하므로 친환경 봉투로 쓰다 땅에 묻으면 좋은 퇴비가 된다"며 "모발 매트나 봉투는 원료를 수입할 필요도 없고 얼마든 얻을 수 있는 데다 탄소 배출도 없어 이만한 천연자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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