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육상 생태계를 주름잡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입술을 가졌다는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먹이활동에 중요한 날카로운 이빨을 보호하는 데 입술의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오번대학교와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4일 공개한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의 치아와 턱 조사 과정에서 얇은 입술이 입 전체를 둘렀을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의 입이 비늘 모양의 입술로 뒤덮인 큰 도마뱀을 닮았다는 입장이다.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이 도마뱀처럼 입술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학계에 전례가 없다. 

화석을 기반으로 제작한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입술이 없어 이빨이 겉으로 드러난 점에서 악어와 비슷하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먹이활동에 꼭 필요한 이빨을 어떻게 지켰는지 고찰했다. 동물의 이빨을 구성하는 에나멜질은 수분이 손실되면 점차 약해진다. 때문에 이빨을 오래 유지하려면 입술을 이용해 입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례로 입술이 없어 입안이 항상 공기 중에 노출되는 악어의 이빨은 그리 튼튼하지 않고 쉽게 부러진다. 이와 달리 도마뱀이나 양서류의 입은 입술로 꽉 다물어져 이빨을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연구팀은 백악기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공룡인 다스플레토사우루스의 화석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다스플레토사우루스의 이빨 에나멜질이 대체로 멀쩡한 점에서 이런 유의 공룡들이 입안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왕도마뱀은 입술을 가진 덕에 이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잘 보호된다. <사진=pixabay>

보다 확실한 결론을 내기 위해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와 왕도마뱀의 치관(잇몸 위 치아의 보이는 부분) 높이와 턱 길이를 비교했다. 왕도마뱀의 이빨은 두개골에 비해 상당히 크지만 입술에 확실하게 덮여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치관 높이는 의외로 왕도마뱀의 그것과 비슷했다. 더욱이 이빨과 턱의 비율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이 왕도마뱀처럼 입술로 덮여 보호됐다는 입장이다. 

포츠머스대학교 고생물학자 마크 위튼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입술을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왕도마뱀 수준은 아니더라도, 티라노사우루스가 입술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도마뱀처럼 입술을 가졌다는 가정하에 그린 일러스트 <사진=포츠머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마크 위튼 교수>

이번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학자도 있다. 한 고생물학자는 "2017년 연구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의 주름이 비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입이 악어와 비슷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백악기 생태계 꼭대기에서 군림한 티라노사우루스는 최근 연구들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지금까지 학설보다 훨씬 컸고, 씹는 힘을 얻기 위해 시력을 내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브라질의 세계적 뇌과학자 수잔나 허큘라노 하우젤은 지난해 말 논문을 내고 뇌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가 실은 원숭이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는 주장, 학계가 술렁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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