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으로부터 검출된 기묘한 전파 신호가 생명의 존재를 의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계 바깥쪽 행성에도 자기장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증거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6일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에서 고래자리 방향으로 12광년 떨어진 변광성 '고래자리 YZ별 b(YZ Ceti b)'가 발산한 전파가 생명체 존재에 필요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래자리 YZ별 b의 오로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전파는 미국의 초대형 간섭 전파 망원경 VLA(very large array)를 이용해 잡아냈다. 오로라는 항성을 공전하는 고래자리 YZ별 b의 자기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관계자는 "평소 의식하지 않는 자기장은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요소"라며 "지구 자기(지자기) 역시 우리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과 태양풍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지구에 대기가 있는 것도 자기장 덕분이다. 만약 지구에 자기장이 없다면 태양에서 불어오는 에너지 입자, 즉 태양풍에 의해 대기가 벗겨진다.
조사 관계자는 "고래자리 YZ별 b에서 전파가 검출됐다는 것은 이 행성에 대기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의미"라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면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생명체가 있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고래자리 YZ별 b는 지구와 같은 암석행성이지만 그간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항성에 너무 가까워 생명이 존재하기에는 지표면 온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천체는 1년이 지구에 이틀에 불과할 정도로 공전주기가 빠르다.
지구에서 12광년 떨어진 행성의 자기장을 감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아울러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천체의 오로라가 고래자리 YZ별 b의 자기장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외계행성에도 자기장이 있을 가능성을 처음 알아냈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살지 모를 외계행성의 관측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