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사는 모래고양이가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달리 영역 다툼이 없는 것은 영역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쾰른동물원 연구팀은 13일 공식 발표한 자료에서 모래고양이가 애초에 서식하는 범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동물원은 현재 국제단체 판테라(Panthera)와 공동으로 야생 고양잇과 보호를 위한 관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몸길이 약 40㎝, 꼬리 길이 약 30㎝인 모래고양이는 천진난만한 표정과 커다란 삼각형 귀가 특징이다.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는 태양이 작열하는 황량한 사막에서 살아가도록 완전히 적응한 유일한 야생종이다. 다른 야생 고양잇과 동물과 달리 세력 다툼이 전혀 없는 종이기도 하다.

영역 다툼이 없는 모래고양이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모래고양이는 1858년 사하라 사막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워낙 개체가 적고 사람 눈에 띄는 일도 드물어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수원도 없는 건조한 사막에 사는 이 고양이는 단열 효과가 뛰어난 모래 색깔의 털과 발바닥 패드로 무장한 것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모래고양이가 하루에도 수십 ㎞를 이동하면서 다른 개체들과 다툼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보통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 일테면 사자나 호랑이는 세력 간 영역 구별이 분명해 사냥할 때 정해진 지역 외는 침범하지 않는다.

모로코 남서부 사막의 모래고양이 22마리에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한 연구팀은 2015년부터 4년간 생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모래고양이가 사냥을 위해 하루 이동하는 거리는 평균 5.4㎞였다. 일부 개체는 6개월 반 만에 1758㎢ 면적을 돌아다녔다. 이는 같은 고양잇과 동물 중 행동 범위가 가장 넓은 검은발살쾡이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모래고양이는 먹이 활동을 위해 사자나 호랑이에 육박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이번 관찰에서 모래고양이가 마치 비구름을 쫓듯 강우와 함께 이동하는 사실도 확인됐다"며 "사냥감이나 물 확보가 목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런 행동은 지금까지 야생 고양잇과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래고양이는 딱히 세력권 의식을 갖지 않고 다른 야생 고양잇과 동물의 서식지를 공유하는 것 같다"며 "같은 무리와 싸움의 흔적도 없다. 이렇게 포용력이 있는 야생동물은 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막에서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모래고양이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 저위험종(LC)이다. 이번에 모래고양이의 생태 일부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교배나 습관 등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동물원은 향후 모래고양이에 대한 추가 추적 관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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