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고기 소비량을 충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체육(인공육). 최근 동물 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기술의 발달로 인공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식물을 활용한 일명 '베지미트(vegemeat)'의 인기는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베지미트' 제조사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는 최근 세포 배양육에 밀려 콩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고기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시에 양사는 베지미트의 장점을 강조하며 정부나 기관의 관심과 투자를 요구했다.

1세대 인공육에 해당하는 베지미트는 채식주의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몇 년 전만 해도 인기를 누렸다. 업계도 주목할 정도였다. 버거킹은 2019년 임파서블 푸드의 베지미트를 미국 전체 매장에 들여놨다. KFC와 맥도날드는 비욘드 미트의 베지미트를 사용한 상품을 시범 판매했다.

한때 버거킹에 납품될 정도로 관심을 받은 베지미트. 가격이 비싼 마당에 인플레이션이 터지면서 미국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진=임파서블 푸드 공식 홈페이지>

보고서를 보면, 2019년 미국에서 동물의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햄버거 패티와 소시지 매출은 18% 증가했다. 2020년에는 이 비율이 45%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듬해 베지미트의 시장 성장률은 제로를 기록하더니, 2022년에는 1% 감소했다.

베지미트의 인기가 급락한 이유로 보고서는 가격과 맛을 들었다. 거기다 악재도 덮쳤다.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미국 식품 가격이 급상승하자 가뜩이나 비싼 베지미트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베지미트의 가격은 같은 양의 닭고기의 약 3배, 돼지고기의 약 2배, 쇠고기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1년 넘게 겪은 미국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진짜 고기에 비해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베지미트를 멀리하게 됐다.

비욘드 푸드에서 제조하는 베지미트. 콩의 단백질이 주원료이며, 고소한 풍미와 지방질 식감을 내기 위해 코코넛 기름 등을 첨가한다. <사진=비욘드 푸드 공식 홈페이지>

식물성 고기 업체는 타산을 맞추기 위해 원가 절감도 고려했다. 양질의 대두 대신 양조장 찌꺼기 등 보다 값싼 단백질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다만 이렇게 되면 맛과 질감이 더 떨어져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다는 딜레마에 계산만 더 복잡해졌다.

베지미트의 맛의 한계는 개발 단계부터 거론됐다. 기술의 발달로 맛과 식감이 향상됐다지만, 동물의 진짜 세포를 활용하는 배양육에 비할 바는 아니다. 최근 세포 배양육은 인공 마블링 등 지방질까지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값비싼 소태아혈청을 썼지만 최근 보다 저렴한 방법이 개발돼 가격 경쟁력도 베지미트보다 우수하다. 매머드, 호랑이, 얼룩말 등 다양한 동물의 맛을 재현한 상품도 등장했다.

원래 고기의 맛은 지방 조직에 포함된 단백질, 당분, 방향족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고기 맛에 연관된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무려 800개 정도라고 본다. 콩을 사용하는 베지미트가 이런 점을 충족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콩은 특유의 떫고 쓴맛이 강해 이를 완전히 감추기 어렵다.

호랑이와 얼룩말 맛까지 등장한 배양육. 동물 세포를 이용하는 배양육은 발달 속도가 빠르고 시장 반응도 좋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 등 관련 기관의 승인도 활발하다. <사진=프라이미벌 푸드 공식 홈페이지>

그럼에도 식물성 고기 업체들도 희망은 있다.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수는 인도의 약 30%, 멕시코의 약 20%, 브라질과 스위스의 약 15%로 결코 적지 않다. 이들은 동물 세포를 활용한 배양육 역시 실제 고기로 보기 때문에 베지미트 수요는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어떻게든 세포 배양육에 비해 떨어지는 맛과 식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물성 지방의 고소한 풍미를 능가하기 위해 코코넛 등 다양한 식물성 기름을 동원하고 있다. 배양육과 달리 동물성 콜레스테롤이 없고 단백질의 양은 같거나 더 많다는 점도 강조한다. 가격 경쟁력을 키울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베지미트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뭣보다 맛과 식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날로 발달하는 배양육처럼 동물성 지방과 비슷한 풍미를 재현하지 못할 경우, 1세대 인공육이라는 타이틀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견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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