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한 호수 바닥에서 대리석을 깎아 만든 두상이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로마 황제 칼리굴라가 소유한 사치스러운 배의 장식품으로 판단했다.

이탈리아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0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말 네미 호수 바닥에서 건진 대리석 두상의 분석이 한창이라고 밝혔다.

이 두상은 카스텔리로마니 마을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네미 호수 정화 작업 도중 발견됐다. 호수 바닥의 쓰레기를 모아 올리던 잠수부는 큼지막한 석재 두상을 인양한 뒤 고고학자들에게 보냈다.

6월 말 이탈리아 카스텔리로마니 인근 네미 호수 바닥에서 발견된 대리석 두상 <사진=Castelli Notizi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ccezionale ritrovamento sul fondale del lago di Nemi' 캡처>

두상은 질 좋은 대리석을 깎아 제작됐다. 크기나 무게 등 두상의 정확한 정보는 분석이 끝나는 대로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두상의 가치에 따라 박물관 전시 등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팀은 알바노 화산 분화로 생긴 칼데라호인 네미 호수 바닥에 대리석 두상이 처박힌 원인을 선박 침몰로 보고 있다. 네미 호수에서는 과거에도 로마시대의 호화 선박이 인양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전장 80m에 달하는 고대 로마 선박 두 척이다. 이 배들은 모두 칼리굴라의 지시로 건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각 선박은 당시 왕과 귀족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물품들로 장식됐다. 

로마제국 3대 황제 칼리굴라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네미호 주변은 깨끗한 물과 공기, 아름다운 풍경, 비교적 서늘한 기후 등 휴양지로는 천혜의 조건을 가졌다"며 "로마제국 3대 황제 칼리굴라를 비롯해 많은 귀족이 별장을 짓고 호화로운 여가를 즐겼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네미 호수에서 인양된 초호화 선박은 칼리굴라의 치세 때 건조된 의식용 배들"이라며 "수 세기 동안 18m 아래 호수 바닥에 가라앉아 손상됐지만 하도 크고 휘황찬란해 발견 당시 세계 고고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칼리굴라의 호화 선박은 무솔리니가 1928년 인양을 명령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배를 건지는 데만  5년이 걸렸다. 박물관에 고이 보관됐는데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4년 5월 31일 밤 화재로 소실됐다.

칼리굴라 치세에 건조된 초호화 거대 선박의 복원 작업. 배에는 대리석 바닥과 분수, 배관이 딸린 욕조가 들어갔다. <사진=British Pathé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fter Nearly 2,000 Years - Sound Version (1931)' 캡처>

조사 관계자는 "아름답게 조각된 대리석 두상은 아마 두 선박 중 하나에 사용된 고급 장식품일 것"이라며 "길이가 77m인 배는 대리석 바닥과 분수, 욕실까지 갖춘 수상 궁전이었는데, 두상의 분위기와 제법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선박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도 고고학계의 큰 수수께끼"라며 "이번 두상의 발견이 오래된 칼리굴라 선박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