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핵이 지구와 비슷한 액체일 뿐만 아니라, 가벼운 원소로 구성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화성의 핵은 크기가 지구의 절반 정도로 추정될뿐 자세한 정보는 많이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연구 성과에서 인류의 탐사 활동이 달 만큼이나 활발한 화성의 핵이 지구와 비슷한 구조이면서도 훨씬 가벼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화성은 지구와 같은 암석행성으로, 표면은 규산염이 풍부한 암석질이라는 사실이 지금까지 탐사를 통해 밝혀졌다. 다만 중심부인 핵에 대한 조사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행성의 핵은 직접 탐사가 불가능한 만큼, 화성도 지구처럼 지진파를 통해 구조와 구성 물질을 추측할 뿐이다.

지구형 행성(암석행성) 중 하나인 화성의 핵 상상도 <사진=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지금까지 가설대로 화성의 핵이 지구와 비슷한지 검증에 나섰다. 화성의 핵은 반지름이 1810~1860㎞로 지구 핵의 절반 수준이며 무거운 원소인 철과 니켈로 구성된다고 여겨져 왔다.

화성의 핵 구조가 지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학자들은 어느 정도 규모의 암석 행성은 지구처럼 그 중심부에 금속성 핵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지구의 핵은 액체인 외핵과 중심부가 고체인 내핵으로 구성된다고 학자들은 본다. 지구 중심부를 직접 관측할 수는 없지만, 지진파를 분석하면 대략적인 핵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지진파에는 행성 내부의 밀도, 구성 물질 같은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임무를 마친 NASA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 왼쪽 아래의 반구형 물체가 화성 지진계 SEIS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화성에서 활동 중인 탐사 로버들이 모은 정보를 분석하면 화성의 핵 구조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화진, 즉 화성의 지진 연구에 특화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사이트'가 수집한 데이터에 집중했다.

'인사이트'는 지난 2018년 5월 5일 발사돼 그해 11월 27일 화성 엘리시움 평원에 안착했다. 화성의 지질 및 내부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 제작된 '인사이트'는 착륙 후 2년간 미션이 예정됐지만 NASA 판단에 따라 2022년 12월까지 임무 기간이 연장됐다. 다만 지난해 9월 화성을 덮친 대규모 모래폭풍으로 태양광 발전 패널이 먼지로 뒤덮인 관계로 지난해 12월 15일 마지막 통신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인사이트'는 착륙 다음 달인 2018년 12월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화성 지진계 SEIS(Seismic Experiment for Interior Structure)를 통해 무려 1300건 이상의 화진을 관측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화성의 핵이 액체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NASA의 MRO가 지난 9월 29일 촬영한 화성 사진. 뿌옇게 보이는 것이 모래폭풍이 일으킨 먼지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인사이트'가 검출한 지진파 'S0976a' 및 'S1000'을 해독한 결과, 두 지진은 '인사이트' 착륙 지점의 거의 반대편에서 발생했다"며 "지진파는 진원에서 화성 중심부를 통해 '인사이트'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화성 중심부를 상상하는 결정적 힌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결과적으로 화성의 핵 반지름이 1780~1810㎞로 기존 추측과 비슷한 화성 전체의 절반 수준이며, 거의 액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지구처럼 중심부에 고체 핵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는 지구보다 작은 화성의 내부가 보다 빨리 식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의외라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화성의 핵에는 철이나 니켈에 비해 가벼운 원소가 풍부하고, 전체 중량의 최소 20~2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벼운 원소가 전체의 10% 미만인 지구의 핵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제작 단계의 인사이트. 원형으로 생긴 양쪽의 둥근 패널이 태양광을 받아 발전하는데, 모래폭풍으로 먼지로 뒤덮이면서 발전량이 크게 떨어졌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가벼운 원소의 약 4분의 3은 유황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소량의 산소, 탄소, 수소일 것"이라며 "물 위에 기름이 뜨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원소는 천체 표면에 뜨기 쉽고 중심부에서 가라앉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화성의 핵에 가벼운 원소가 많다는 것은 의외"라고 덧붙였다.

암석행성의 내부 구조는 행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지진파로 내부 구조가 추정된 지구 이외의 천체는 달과 화성이 유일하다. 달은 '자이언트 임팩트'라는 특수한 형성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되므로 지구나 화성과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이 학계 중론이다.

연구팀은 화성 내부에 가벼운 원소가 풍부하다는 이번 조사 결과가 태양계 행성들의 형성 과정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탄생 이래 46억 년이 지난 현재까지 강한 자기장을 유지하는 지구와 달리, 자기장나 대기가 아주 희미한 화성의 '속사정'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알아낼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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