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 극지대 얼음 관측을 위해 계획한 '루나 플래시라이트(Lunar Flashlight)' 미션이 기기 문제로 조기 종료됐다. 친환경 추진제(연료)로 주목받은 물질이 예상 밖의 고장을 일으키면서, 탐사선이나 로켓을 움직일 미래형 추진제 제작이 과제로 떠올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소형 달 탐사기 '루나 플래시라이트'를 이용한 동명 미션이 이달 12일 자로 사실상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루나 플래시라이트'는 지난해 12월 11일 일본 아이스페이스 사의 '시리즈-1' 달 착륙선과 함께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발사됐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개발한 '루나 플래시라이트'는 신발 상자 크기의 큐브샛 사이즈로 달 남극 영구음영의 물 또는 얼음 분포도 제작 임무를 맡았다.

5월 12일 자로 달 남극의 물 및 얼음 관측 미션을 종료한 '루나 플래시라이트'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근적외선 및 레이저 반사 장비를 탑재한 '루나 플래시라이트'는 발사 후 '팰컨9' 로켓에서 정상적으로 사출됐다. 이후 자체 추진기를 이용해 궤도를 수정, 달의 수직 헤일로 궤도(NRHO)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NASA에 따르면, '루나 플래시라이트'는 발사 사흘째인 지난해 12월 14일 총 4기의 추진기 중 3기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JPL은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추진제 공급 라인을 막은 것으로 보고, 원격 조종에 따른 장애 회복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JPL 관계자는 "본체 추진기 하나만 이용해 달 대신 지구 궤도에 탐사기를 투입, 1개월에 한 번 달 남극 상공을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다"며 "당초 계획을 이미 한참 벗어난 데다 기대했던 추진력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장고 끝에 미션 종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루나 플래시라이트'가 레이저를 이용해 달 크레이터 내부의 얼음을 탐사하는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는 위성이나 탐사기 모두 소형이 대세인 요즘, '루나 플래시라이트'와 같이 추진기가 막혀 궤도 진입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JPL 관계자는 "'루나 플래시라이트' 등 작은 장비들은 무독성 액체 추진제 'ASCENT(Advanced Spacecraft Energetic Non-Toxic)'를 사용한다"며 "독성이 아주 강한 하이드라진 등 기존 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선할 점이 많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루나 플래시라이트'의 사례를 일찍이 예상한 학자들은 큐브샛 크기의 탐사기에 사용할 친환경 추진제를 연구해 왔다. 일본 도쿄대학교 졸업생들이 설립한 우주 벤처 페일 블루(Pale Blue) 사는 지난 1월 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 추진기 성능 실험을 우주 공간에서 시작했다.

페일 블루의 가장 작은 물 추진기 'Resistojet Thruster Mini' <사진=페일 블루 공식 홈페이지>

무려 10년이나 시행착오를 거친 이 회사 연구팀은 수증기를 가열할 때 생성되는 플라즈마를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방식을 고안했다. 현재 이 회사의 추진기는 초소형 탐사기에 적용되지만 향후 연구를 거치면 더 큰 장비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NASA는 '루나 플래시라이트'의 달 남극 탐사는 종료하되, 아직 추진기 하나가 살아 있고 통신이나 관측, 촬영 기기에는 문제가 없어 다른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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