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해 기계에 지배되는 인간 세상을 그린 제임스 카메론(68) 감독.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AI)이 야기할 미래 디스토피아를 보여준 그가 현실의 AI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제임스 카메론은 지난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 2023'에 참석, 현재 오픈 AI 사의 대화형 AI '챗(Chat)GPT' 같은 최신 AI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제임스 카메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AI를 들여다보며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출하고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는 놀라운 수준까지 도달한 지금의 AI를 참고하며 새 작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AI를 연구, 새로운 SF 영화를 제작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사진=제임스 카메론 트위터>

다만 제임스 카메론은 AI의 방향성이 분명해질 때까지는 새 작품을 완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어떤 이유로 신작 제작을 망설이는지 구체적 이유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지금 상태로는 인간이 AI를 100% 제어할 수 없다는 두려움도 포함된 듯하다.

1984년 '터미네이터'와 1991년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의 공통된 메시지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는 기계의 공포다. 사람의 일상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만든 AI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엇나갈 때 벌어질 아찔한 상황은 지금 현실에서도 어렴풋이 짐작할 정도다.

기술의 악용, 통제 불능의 기계가 야기하는 공포를 다룬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이 장면은 특히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영화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스틸>

벌써 인류 멸망을 목표로 하는 '카오스(Chaos)GPT'란 것도 탄생했다. 이 AI는 1961년 소련이 개발한 사상 가장 위력적인 수소폭탄 '차르봄바'가 인류 말살에 적합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미 40년 전 인공지능의 반란을 내다본 제임스 카메론의 우려는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AI가 독자적 인지능력을 갖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얼마 전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에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40년 전 빚어낸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영화가 경고한 디스토피아가 인류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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