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조작해 노화된 쥐의 털을 풍성하게 되살리는 실험이 성공했다.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는 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쥐의 모낭 줄기세포를 건드려 빠진 털을 되살리는 동물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먼저 소개됐다.
줄기세포를 편집해 노화나 탈모증으로 빠진 머리카락을 복원하는 연구는 이미 활발하다.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를 어떻게 조작하느냐다. 연구팀은 두피를 마사지하면 발모가 촉진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 줄기세포의 유연성 향상에 주목했다.
실험 관계자는 "발모는 모공 속 깊은 곳에 자리하는 모낭 줄기세포가 분열되면서 시작된다"며 "동물이 나이가 들면 이것이 딱딱해져 점점 털이 잘 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노화로 털이 빠지는 쥐를 준비하고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마이크로 RNA를 이용, 모낭 줄기세포의 유연성을 키워줬다. 마이크로 RNA는 다양한 유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RNA에 달라붙어 그 기능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실험에 활용된 RNA는 그간 발모와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져온 'miR-205'다. 연구팀은 늙은 쥐의 줄기세포를 조작해 miR-205가 보다 많이 생성되도록 했다. 그 결과 발모에 관여하는 모낭 줄기세포의 유연성이 향상됐고, 빠진 모낭에서 새 털이 돋아났다. 발모 효과는 실험 시작 열흘 만에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이번 쥐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서는 새로운 모낭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모낭 안에 자리한 채 점차 단단해져 기능이 떨어진 줄기세포를 자극하는 방법이므로 사람에게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확실한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과 함께, 나노입자를 도입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나노입자를 이용하면 이번처럼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도 두피에 직접 마이크로 RNA를 주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실험 역시 일단은 쥐를 이용할 방침이다.
실험 관계자는 "향후 연구에서 유의미한 발견이 계속된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나설 것"이라며 "노화로 떨어진 발모 기능을 재생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머리가 빠져도 더 이상 숨거나 가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