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바구미가 발견됐다. 마치 갑각류처럼 육중한 갑옷과 털을 가져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연구팀은 16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류쿠 열도 생태 조사 결과 오키나와 본섬 및 이시가키섬에서 바구미 6종이 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바구미는 딱정벌레목 바구미과 곤충이다. 여러 종이 있지만 대부분 몸길이 약 4~5㎜로 작고 주둥이가 길쭉하게 튀어나왔다. 성충과 유충 모두 쌀 등 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해충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아열대 기후를 보이는 류쿠 열도의 생태 조사에서 이들 바구미를 발견했다. 딱정벌레목 특유의 생김새는 없고 튼튼한 갑옷 같은 껍데기에 수많은 가시, 페스트를 치료하는 중세 유럽 의사들의 까마귀 마스크 같은 머리가 특징적이다.
조사 관계자는 "오키나와 섬들이 자리한 류쿠 열도는 아열대 생태계가 구축된 이래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화를 거듭했다"며 "이번에 확인된 바구미는 류큐 열도의 고유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류큐 바구미(Acicnemis ryukyuana)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OIST 연구팀은 동양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류쿠 열도의 생태 조사를 위해 2015년부터 오키나와 본섬 각지에서 곤충을 포획해 왔다. 류쿠 바구미는 그중에서도 한정된 지역에 소수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개체들은 바구미과 동료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태가 특이하다"며 "딱정벌레과는 일본에만 1000종 이상, 전 세계에 약 6만 종이 서식할 만큼 거대한 갑충류 그룹인데 류쿠 바구미는 딱정벌레 동료들과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류쿠 열도에만 사는 것으로 보이는 이 바구미의 일부 특징이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동료들과 그나마 비슷하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더 들여다볼 전망이다. 류쿠 바구미의 DNA를 해석해 신종임이 밝혀지면 류쿠 열도의 생태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