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오래 머물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우주에 오래 머문 사람들은 면역력 저하로 감염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우주개발 또는 관광에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우주국(CSA)의 지원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2015~2019년 짧게는 4개월 반, 길게는 6개월 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우주인 14명(남성 11명, 여성 3명)이 참가했다. 연구팀은 각 우주인을 대상으로 회당 4㎖ 채혈을 10회(비행 전 1회, 우주 비행 중 4회, 지구 귀환 후 5회) 실시하고 혈액에서 분리한 백혈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자 총 1만5410개의 특이한 발현(단백질 생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들 중에서 유사성을 띠는 유전자 클러스터 247개와 29개를 각각 특정하고 발현 패턴을 자세히 들여봤다.

ISS에 체류하는 우주인들은 선내는 물론 선외 작업도 펼친다. <사진=pixabay>

247개 유전자가 모인 클러스터는 비행사가 우주로 나가면 발현이 감소했다가 지구로 돌아오면 원래대로 돌아왔다. 29개 유전자가 모인 클러스터는 이와 정반대였다.

조사 관계자는 "각 클러스터는 대부분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로 구성됐다"며 "247개로 구성된 클러스터의 유전자들은 인체의 면역, 29개가 묶인 클러스터의 유전자들은 세포 구조 및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행사가 우주로 나가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 클러스터의 발현 차이는 우주에서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급격히 약화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달 등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주 공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연구는 더 중요해졌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우주에 머무는 비행사들이 감염병에 취약해지는 만큼, 현재 진행하는 소독이나 밀폐 등 조치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SA를 비롯해 NASA나 유럽우주국(ESA) 등이 관련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ISS에 많은 우주인이 자주 드나드는 점에서 매뉴얼이 강화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런 조치는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비행사들의 약해진 면역력은 지구로 귀환한 후 평균 몇 주, 길게는 1년이 지나야 돌아온다"며 "면역력이 정상화되기 전에는 비행사가 지구에 머물더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학자들은 미세중력이 지배하는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체의 변화가 림프계를 포함한 혈장의 물리적 이동(하체에서 상체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실험으로 유전자 발현 역시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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