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는 물론 도시에도 피해를 주는 까마귀가 인간이 동원한 허수아비를 대략 1시간 만에 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까마귀 연구소 크로우랩(CrowLab)은 6일 공식 SNS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까마귀가 인간의 상상보다 훨씬 빨리 허수아비의 정체를 알아채는 만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로우랩 연구팀은 일본 농가에서 허수아비 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콤팩트디스크(CD)를 비롯해 빨간색 플라스틱 통, 회색 양동이, 대형 전선 타래를 준비하고 실험에 나섰다.

일본은 물론 최근 한국에서도 까마귀가 급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소 옥상에 까마귀가 즐겨 먹는 개 사료를 뿌린 연구팀은 그 옆에 빨간 플라스틱 통, 회색 양동이, 대형 실타래, CD를 각각 설치하고 까마귀의 기피 시간을 알아봤다.

그 결과 물건들이 까마귀에 발휘하는 '허수아비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회색 양동이는 45분, 빨간 플라스틱 통은 56분, 전선 타래는 111분을 버틸 뿐이었다. 그나마 CD가 26시간 효과를 발휘했는데 이내 적응한 까마귀는 CD를 무시하고 개 사료를 먹었다. 

크로우랩 관계자는 "햇빛을 반사하는 CD는 최근 일본 농촌에서 까마귀나 참새를 막기 위해 많이 설치한다"며 "그 효과는 영리한 까마귀들에게 불과 하루 정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까마귀는 사람들이 허수아비 용도로 동원한 물건을 종류에 따라 짧게는 1시간에 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까마귀가 많은 일본 사회는 다양한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장이나 과수원의 곡식 및 과실 피해, 차량에 떨어지는 배설물, 발전소나 창고 파손이 대표적이다. 도쿄 등 대도시에서는 아예 고유종으로 통하는 큰부리까마귀 개체가 최근 급증해 분리수거된 쓰레기봉투를 뜯어 문제가 되고 있다.

크로우랩 관계자는 "까마귀가 기피하는 물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간파 당한다는 걸 이번 실험이 알려줬다"며 "곡식 피해가 막심한 농가의 경우 다양한 물건을 지속적으로 놓아야 그나마 '허수아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까마귀처럼 똑똑한 동물은 어떤 허수아비를 동원해도 금세 적응하기 마련"이라며 "예산을 들이더라도 다양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기계식 허수아비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까마귀를 쫓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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