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가 스포츠카 엔진음을 넣은 아기 장난감을 만들었다. 우는 아기가 달리는 차량 안에서는 조용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집요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혼다는 8일 공식 SNS를 통해 오는 10월 28일 발매되는 '아기 스마일 혼다 사운드 시터(赤ちゃんスマイル Honda SOUND SITTER)'를 소개했다. 타카라토미를 통해 판매되는 이 장난감은 자동차를 본뜬 귀여운 쿠션인데, 버튼을 누르면 낮게 으르렁대는 2세대 NSX의 엔진음을 구현한다.
아이 장난감으로 자동차 인형이나 쿠션은 흔하지만 엔진음까지 내는 건 이례적이다. 혼다는 아이들이 자동차에만 타면 울음을 그친다는 소비자들의 사소한 의견을 바탕으로 오랜 연구를 진행, 이 쿠션을 제작했다.
혼다는 2013년 11월 일본 생리인류학회지에 실린 자동차 엔진음 관련 칼럼에 주목했다. 이 칼럼은 소리 자극이 신생아에게 주는 진정 효과를 다뤘다. 태아가 듣는 소리는 엄마의 심박동 또는 혈류 소리인데, 이 저주파음이 심적 안정 효과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혼다 연구팀은 아기가 차 안에서 잘 자는 비밀이 낮게 깔리는 엔진음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1960년대부터 2000년대 개발된 차종 37대를 선별하고 엔진음을 일일이 녹음한 뒤 태아가 듣는 엄마의 심박동 소리와 가장 비슷한 주파수를 찾았다. 결과는 2세대 NSX의 엔진음이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생후 6~18개월 된 아이 12명을 대상으로 2세대 NSX의 엔진음이 심적 안정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봤다. 우는 아이들에게 엔진음을 2분간 들려준 결과 아이 11명이 울음을 그치는 등 심적 안정 효과가 관찰됐다. 이중 7명은 심박수도 안정됐다.
여기까지 연구한 혼다는 결국 2세대 NSX의 엔진음을 반복하는 '아기 스마일 혼다 사운드 시터'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은 일본 사운드힐링협회의 감수도 받았다.
혼다 관계자는 "낮게 깔리는 자동차 엔진음은 태아가 듣는 250Hz(헤르츠) 이하의 저주파음과 상당히 비슷하다"며 "2세대 NSX 외에도 2001년식 인테그라 타입R, 1999년식 S2000도 250Hz 이하의 저주파음을 냈다"고 전했다.
교토대학교에 따르면, 국수를 흡입할 때 나는 후루룩 소리나 청소기 또는 헤어드라이어 소음, 비닐봉지의 마찰음, 지하철이 지나가고 난 뒤 나는 '웅~' 소리 등이 태아가 편안함을 느끼는 엄마의 심박동 소리와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