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팀, 나 여기 있어."(보이저 2호)

명령어 오전송으로 통신이 두절된 행성 탐사선 '보이저(Voyager) 2호'의 신호가 다시 감지됐다. 운용 주체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단 다행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NASA는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달 말 통신이 끊어졌던 '보이저 2호'의 신호가 1일 자로 다시 잡혔다고 발표했다. NASA는 '보이저 2호'와 통신 재개를 오는 10월로 예상해 왔다.

안테나 방향이 틀어져 지구와 통신이 끊어졌던 '보이저 2호' <사진=NASA JPL 공식 홈페이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보이저 2호' 운용팀은 지난달 21일 실수로 엉뚱한 명령어를 전송하고 말았다. 이 영향으로 '보이저 2호'의 통신용 안테나가 지구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NASA가 운용하는 통신망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eep space network, DSN)' 안테나와 '보이저 2호' 사이의 통신이 먹통이 됐다.

운용팀은 몇 차례 '보이저 2호'와 통신을 시도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운용팀은 다행히 '보이저 2호'가 안테나를 지구 쪽으로 틀도록 매년 자세를 보정하는 프로그램이 돼 있고, 가장 가까운 보정이 10월 15일이어서 이때 통신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보이저 2호'의 신호가 생각보다 빨리 잡히면서 NASA도 일단은 한숨 돌렸다. '보이저 2호' 운용팀은 46년째 현역으로 활동하는 백전노장 '보이저 2호'가 신호음을 보내오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보이저 2호'를 비롯, 다양한 탐사선과 탐사 로버의 신호를 송수신하는 NASA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안테나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운용팀 관계자는 "'보이저 2호'로부터 흘러나온 미미한 신호가 지구에 닿았다. 마치 실종자의 심장 박동을 듣는 것과 같았다"며 "지금까지 숱한 고장과 오류를 이겨낸 '보이저 2호'가 아직 전파를 송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NASA는 '보이저 2호'의 통신용 안테나가 지구로 완전히 향하지 않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향후 계속해서 '보이저 2호'에 안테나 보정 명령을 전송하겠지만 지구와 기체 사이의 거리가 워낙 멀어 신호가 편도로 도달하기까지 무려 18.5시간이 걸리는 등 제약이 많다.

운용팀 관계자는 "'보이저 2'호는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이나 망원경과 달리 우주선 등을 통한 직접적인 성능 업그레이드 및 보수가 불가능하다"며 "오로지 명령어 전송과 자동 보정 프로그램으로 운용되므로 큰 고장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보이저 1호'가 1980년 촬영한 토성. 최근 탐사 장비의 또렷한 사진과 비교해 고색창연하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보이저 2'호가 미약하나마 신호를 보내왔지만, 10월 예정된 보정 프로그램에서 안테나가 지구 쪽을 향하지 않는다면 향후 미션은 불가능해진다. 우주 쓰레기의 충돌이나 기기 고장이 아닌 운용팀의 명령어 오전송이 원인이라는 점이 NASA로서는 뼈아프다.

'보이저 2호'는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호'와 함께 1977년 발사됐다. 1개월 먼저 발사된 '보이저 2호'는 2018년 11월 태양권을 벗어나 현재 지구에서 약 199억㎞ 떨어져 있다. 임무와 궤도가 다른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태양권을 통과, 지구에서 약 238억㎞ 지점을 비행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인공물이다.

NASA에 따르면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에 각각 탑재된 원자력 전지는 2025년까지 작동한다. 이후 미션은 각 기체에 남은 연료의 양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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