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억 년 전 바다를 누빈 해파리 화석이 고생물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공룡이 출현하기도 전에 서식한 이 해파리는 지금까지 발견된 자포동물 화석 중 가장 오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로키산맥 버제스 혈암에서 발굴한 170점 넘는 해파리 화석을 소개했다. 버제스 혈암은 약 5억5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생물 화석이 많이 묻힌 지층이다.
연구팀은 해파리의 몸이 연조직이라는 점에서 화석이 대량 출토된 것이 기적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일부 해파리는 촉수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존돼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해파리들 중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도 특정했다. 혈암 이름을 따 버제소메두사 파스미포미스(Burgessomedusa phasmiformis)로 명명된 신종은 지금까지 발견된 해파리 중 연대상으로 가장 오래됐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대부분 화석은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뼈로 구성된다"며 "연골어류인 상어가 이빨 화석만 남을 정도인데, 그보다 조직이 연한 해파리가 이 정도로 온전하게 화석이 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연조직이 화석이 되려면 보통 지층과 다른 상당히 좋은 조건과 행운이 필요하다"며 "버제스 혈암은 과연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라거슈타테(깨끗하고 완전한 화석이 대량으로 묻힌 퇴적층)라고 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자포동물인 해파리가 화석으로 발견된 것이 상당히 드문 만큼, 버제소메두사 파스미포미스의 가치는 평가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해파리를 조사하면 지구 고생물 진화의 수수께끼 일부가 풀릴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참고로 해파리 화석이 발견된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해파리나 말미잘 등 자포동물은 바위에 달라붙거나 물속을 부유하는 두 가지 생활 패턴이 있다. 연조직 몸을 동그랗게 오므린 상태로 물속 바위 등에 붙어 정착하는 폴립 상태의 해파리 화석은 중국 후베이성 캄브리아 지층에서 드물게 발굴됐다.
조사 관계자는 "자포동물 화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학자들은 해파리가 진화적으로 폴립을 먼저 고안했고 그 후 수중을 부유하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여겨왔다"며 "온전한 캄브리아기 해파리 화석이 나온 만큼 고대 자포동물의 비밀을 여럿 알게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