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짧으면 10초, 길어봐야 15초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유럽우주국(ESA) 고위 정책 책임자 스테판 드 메이는 최근 SNS를 통해 인간이 우주에 머물기 위해 우주복이 필요한 이유들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 공간에 노출되면 불과 10~15초 만에 의식을 잃게 된다. 이유는 압력이다. 사람 몸은 1기압을 유지하고, 지구 대기압 하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고도가 높은 우주에서는 압력이 급상승한다. 압력 조절이 불가능한 인간을 위협하는 최소 고도는 9㎞로 알려져 있다.

스테판 드 메이는 "물에서 숨을 참는 건 일반적으로 1분, 폐활량이 많은 사람은 대략 2분인데 우주에서 이 정도도 못 버티는 원인은 엄청난 압력"이라며 "산소가 팽창해 혈관은 물론 폐 같은 장기를 파열시켜 아주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어가는 우주복은 비행사를 외부 압력으로부터 지키고 우주 방사선이나 극단적 온도에서 보호한다. <사진=pixabay>

그는 "산소는 우주복이 보호하지 않을 경우 압력 때문에 혈액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이 거품 자체가 혈관을 막을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깊이 잠수한 다이버에게도 나타난다. 이들이 가급적 천천히 떠오르는 것은 치명적인 잠수병을 막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기압을 조절해 주는 우주복을 입지 않은 채 우주 공간에 나가면 혈액에 포함된 산소가 완전히 소비돼 기절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람이 의식을 잃은 뒤에는 뇌도 얼마 안 가 죽고 만다.

우주복은 산소량과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인체를 지키는 것은 물론, 지구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극단적 온도나 우주 방사선도 막아준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개발한 AxMEU의 프로토 타입 <사진=액시엄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스테판 드 메이는 "캄캄한 우주는 춥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우주를 절반만 이해한 것"이라며 "지구 저궤도의 경우 양지에 있느냐 그늘에 있느냐에 따라 온도가 120℃에서 영하 150℃까지 극단적이다. 맨몸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에는 다양한 방사선이 존재하고, 태양 전자파에 오래 노출되면 방사선증이나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며 "자외선은 피부를 태울 정도로 강력하고 운 나쁘게 태양 플레어를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소재를 여러 겹 더해 구성되는 우주복은 통신 등 각종 장비까지 갖춰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를 진행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려 4조원 넘는 돈을 들여 새 우주복을 위탁 제작 중이다. 위탁사인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난 3월 NASA 우주복 시제품 'AxME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을 선보인 바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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