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이 생각보다 쉽게 '인간 인증'을 통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기계에게 난공불락으로 평가돼온 인간 인증 테스트가 무용지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I)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지 오래인 AI가 이제 자신을 사람이라고 속이는데도 능숙하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이 과거와 달리 튜링 테스트 '캡차'와 '리캡차'를 쉽게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UCI 연구팀은 인터넷 서비스가 요구하는 범용 인증 시스템을 인공지능이 통과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여기에는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한 자동 계정 생성 방지 시스템 '캡차(CAPTCHA)와 '리캡차(reCAPTCHA)'가 동원됐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가 개발한 '캡차'와 '리캡차'는 간단한 튜링 테스트 시스템이다. 튜링 테스트란 기계(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실험으로, 1950년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했다. 웹사이트 접속 전에 타일형 사진을 제시하고 횡단보도를 다 클릭하라거나, 왜곡된 문자나 숫자를 제시하고 보이는 대로 입력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1400명을 모으고 '캡차' 및 '리캡차' 테스트를 받게 하고 걸리는 시간과 정답률을 알아봤다. 그 결과 타일형 사진 테스트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인간이 3.1~4.9초인데 비해 AI는 불과 1.4초였다. AI의 정답률은 100%로 71~85%를 기록한 인간을 압도했다. 왜곡된 문자를 풀 때 인간은 9~15.3초가 소요됐고 정답률은 50~84%로 더 떨어졌다.

특정 웹사이트 접속 시 흔히 접하게 되는 인증 테스트 <사진=구글>

실험 관계자는 "'캡차'와 '리캡차'는 인공지능이 풀어내기 아주 어려운 테스트로 유명했다"면서도 "이런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유요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AI는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능력까지 갖췄음을 알 수 있다"며 "AI의 놀라운 성능을 감안하면 현재 사용되는 '캡차' 인증은 로봇의 불법 접속을 막는 기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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