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의 따개비류가 9년째 행방이 묘연한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의 위치를 알려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23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실종된 MH370의 위치를 특정할 단서로 바닷속 조개삿갓(Lepas anatifera)을 들었다.

MH370은 보잉 777 기종으로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239명이 탑승했다.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사라졌다. 이륙 50분 후 베트남 상공에서 관제소와 통신이 두절돼 인도양 어딘가에 추락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잔해 말고는 기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개삿갓. 껍데기의 띠를 통해 해수 온도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을 이끄는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그레고리 허버트 교수는 인도양의 프랑스령 리유니언 섬 인근에 표류하는 MH370의 플랩(날개에 장착되는 고양력 장치) 잔해 사진을 보고 실종된 항공기를 발견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허버트 교수는 "몸이 껍데기로 뒤덮인 고착동물 조개삿갓은 어망이나 배 밑바닥에 부착된 상태로 바다를 떠다니며 생활한다"며 "조개삿갓은 해수 온도의 정보를 품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MH370의 기체 및 잔해들이 표류하는 경로를 특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MH370이 사라지기 약 10년 전부터 굴이나 조개류 등 껍질을 가진 해양생물의 화학적 성질을 통해 해수 온도를 특정하는 방법을 고안해 왔다.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은 2014년 인도양 상공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며, 기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허버트 교수는 "MH370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의 주요한 조개류는 조개삿갓"이라며 "조개삿갓은 껍질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무의 나이테 같은 층이 생긴다. 그 하나하나의 화학적 성질은 층이 만들어졌을 당시 바닷물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조개삿갓 껍질 층이 만들어졌을 때 수온을 알아내면 MH370의 기체와 잔해가 대략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다"며 "리유니언 섬에 표착한 MH370 플랩 잔해에 부착된 조개삿갓을 수거, 수온 데이터와 해류 모델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현시점에서는 MH370의 기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만 추락 지점 부근에서 부착됐을 가능성이 큰 조개삿갓 개체들을 확보한 만큼 머지않아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의 기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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