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도시에 사는 수컷 참새들은 시골의 개체에 비해 새끼를 더 열심히 보살핀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참새 생태 조사 보고서를 1일 공식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도시와 시골 야생동물의 극명하게 다른 생존법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미국 버지니아 주 남서부 지역 6곳에서 번식기에 접어든 노래참새(Song Sparrow)의 행동을 4계절에 걸쳐 조사했다. 참새목 박새과 노래참새는 미국 버지니아는 물론 전역에 서식한다.
조사 관계자는 "자연환경이 온전한 지방에 비해 도시는 새들이 둥지를 틀 장소가 적다. 도시에 서식하는 새들은 애써 만든 둥지를 지키기 위해 시골 개체보다 공격적일 때가 많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처럼 참새도 하루에 사용할 에너지가 한정돼 있다. 둥지를 지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도시의 수컷 참새들은 그만큼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 줄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가는 줄에 참새 모형을 매달고 녹음한 울음소리를 내며 도시 참새 수컷들의 공격성을 관찰했다. 이와 함께 수컷이 둥지를 찾은 횟수를 알아보기 위해 다리와 둥지에 초소형 발신기와 수신기를 각각 부착했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참새 수컷들은 시골의 개체에 비해 더 자주 둥지를 찾아 새끼들에게 먹이를 나눠줬다. 암컷과 육아 교대도 활발했다. 그 와중에 짬을 내 천적에 대비해 둥지에 머물기도 했다.
조사 관계자는 "도시의 환경 자체는 시골보다 척박하지만 천적이 될 만한 야생동물이 적어 의외로 육아에 적합한 듯하다"며 "노래참새는 수컷과 암컷이 협력해 육아를 하는데 어떤 사정으로 수컷이 돕지 못할 때 암컷이 독박 육아를 한다. 다만 도시 개체들에게서 이런 상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가 조사에서 연구팀은 도시의 노래참새 병아리가 시골 개체보다 덩치가 크고 체중이 더 나가며 생존율도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도시는 위험한 것들로 가득한 것 같지만, 이번 연구는 도시에서 오히려 참새 둥지가 습격을 당하거나 병아리가 죽는 일이 적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시골 참새 수컷들의 경우 새끼를 키우는 것을 게을리한다기보다 위험한 천적을 둥지로 끌어들일 위험을 줄이려 둥지에 덜 접근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향후 시골 참새들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