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수스자리의 퀘이사가 만들어낸 일명 '아인슈타인의 십자가(Einstein Cross)'를 지상의 대구경 망원경이 잡아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했던 이미지에 비해 해상도가 높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유럽남천천문대(ESO)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페가수스자리에 위치한 '아인슈타인의 십자가'의 최신 이미지를 공개했다.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는 허블우주망원경 등 우주 공간의 관측 장비가 잡아낸 경우는 있지만 지상 장비가 찍은 경우는 드물다.

사진은 ESO가 운용 중인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초대형 망원경(VLT)이 촬영했다. VLT에 장착한 광시야 분광기 '뮤즈(MUSE)'를 활용해 찍은 사진을 파장에 맞게 착색했다. ESO는 VLT와 뮤즈 조합을 활용한 해왕성의 새 반점 연구 결과를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중력렌즈 효과를 잘 보여주는 아인슈타인 십자가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의 중앙에는 페가수스자리의 준성, 즉 퀘이사 4개와 그 가운데 은하가 합쳐진 십자가가 자리한다. 주황색 빛을 띠는 중심부의 광원은 은하 'LEDA 69457'에 존재하는 퀘이사다. 그 주변의 창백한 광원들은 실은 하나로,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네 방향으로 퍼져 보인다.

'아인슈타인의 십자가'는 중력렌즈 효과가 만들어낸 우주의 극적인 이미지로 유명하다. 중력렌즈란 거대한 천체의 중력으로 시공간이 휘어 마치 렌즈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이다.

미 항공우주국의 허블우주망원경이 아인슈타인 십자가를 관측한 개요도. 은하 LEDA 69457과 그 뒤의 퀘이사를 나타낸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ESO 관계자는 "'아인슈타인의 십자가'의 경우 주황색으로 보이는 중심부 은하는 지구에서 약 54억 광년 떨어져 있다"며 "그 뒤에 자리한 약 11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가 중력렌즈 효과에 따라 4개로 분열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력렌즈 효과는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이미 예언된 천문 현상"이라며 "극적인 십자가를 그리듯 분열돼 보이는 4개의 준성은 우주의 신비 그 자체이자 아인슈타인의 혜안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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