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3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손을 잡은 곳은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다.
NASA는 지난달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를 현재보다 높여 운용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스페이스X와 함께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기차 제왕 일론 머스크(51)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자사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활용해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 상승 및 안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크루 드래곤을 동원한 민간 우주비행 미션 ‘폴리리스 던’을 2023년 3월 이후 예정하는 등 다각적인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NASA의 이번 결정은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가 너무 낮아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1990년 4월 발사돼 무려 32년간 탐사 활동 중인 허블우주망원경은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에서 사출될 당시 고도 약 615㎞였지만 현재 약 70㎞ 이상 궤도가 낮아졌다.
이에 대해 NASA는 “지구 저궤도는 희박한 대기 및 저항으로 인해 위성이나 탐사 장비의 고도가 조금씩 떨어진다”며 “현재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는 약 540㎞”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소멸이 불가피하다”며 “그 시기는 2030년대 중후반으로 예측되며, 지금보다 안정적인 고도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면 몇 년 더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션에는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 상승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 등 유지 보수도 포함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1993~2009년 NASA 우주왕복선들의 도움을 받아 5회에 걸쳐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현재 사용 중인 고성능 카메라(ACS) 및 광시야 카메라3(WFC3)도 발사 이후 추가 탑재된 장비다.
NASA는 “유지비 등 문제로 2011년 우주왕복선이 공식 퇴역한 이후 허블우주망원경의 서비스 미션도 멈췄다”며 “허블 같은 관측 장비는 수명이 다 되면 제어해 지구로 낙하시키거나 더 높은 고도로 떠올려 몇 년 더 쓰게 되는데 어떤 쪽이든 본체에 추진력을 제공해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허블 미션과 관련, 스페이스X는 “크루 드래곤은 널찍한 수납시설과 로봇 팔을 갖춘 우주왕복선보다는 못하지만 허블의 고도 상승이 가능한지 체크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NASA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이번 협약은 지난달 22일 맺어졌다. 스페이스X가 ‘폴라리스 던’ 프로젝트와 동시 진행할 것을 NASA에 먼저 제안했다. ‘폴라리스 던’은 갑부 기업가 제러드 아이작먼(39)이 주도하는 최초의 민간 선외 활동 프로젝트다.
향후 스페이스X와 ‘폴라리스 던’ 프로젝트는 크루 드래곤과 허블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수집, 안전한 랑데부와 도킹, 궤도 상승 등 기술적 과제를 최대 6개월간 조사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