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쓴 천연물질이 균류에서 발견됐다. 학계는 속씨식물과 인공화합물 위주의 쓴맛 연구를 보완할 성과라고 평가했다.
독일 라이프니츠 식물생화학연구소는 최근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농업·식품화학 학술지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쓴 천연물질이 비터 브래킷(Bitter Bracket) 버섯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마로포스티아 스팁티카(Amaropostia stiptica)라는 학명을 가진 비터 브래킷은 구멍장이버섯과로 아시아나 유럽, 북미에 분포한다. 나무에 자생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고 먹을 수도 없어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비터 브래킷 버섯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상당히 쓰다”며 “식용이 아닌 관계로 맛에 관한 연구가 드물었지만 정밀 분석 결과 놀라운 성분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숲에서 딴 비터 브래킷 버섯을 실험실에 가져간 연구팀은 강력한 쓴맛 성분 세 가지를 추출했다. 이중 올리고포린 D(Oligoporin D)라는 천연화합물에 주목했다. 올리고포린 D는 극소량만으로 인간이 가진 쓴맛 수용체 중 하나인 TAS2R46을 강하게 자극했다.
조사 관계자는 “TAS2R46은 인체 내 25개 쓴맛 수용체 중 하나로 특정 쓴맛 성분에 반응한다”며 “실험에서 TAS2R46 단 1g이 물 1만6000ℓ를 써서 못 먹게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세계에서 가장 쓴 천연물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비터 브래킷 버섯에 포함된 쓴맛 성분에서는 모두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맹독을 가진 버섯 일부가 맛이 좋은 것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학계는 지금까지 쓴맛 성분의 연구가 속씨식물이나 인공화합물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균류 연구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동물의 쓴맛 수용체가 진화한 것은 약 5억 년 전인데 속씨식물이 출현한 시기는 길게 잡아도 2억 년이다. 화학물질과 관련된 인간 기술의 역사는 수백 년에 불과하다.
조사 관계자는 “비터 브래킷 버섯은 인간이 구축한 쓴맛 데이터베이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며 “앞으로 균류, 세균 등 다양한 생물 유래 성분을 연구하면 쓴맛의 의미와 우리 몸과 연결고리를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람이 쓴맛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독성과 관련성을 꼽는다. 인간이 미지의 식품을 섭취하고 중독되지 않도록 독성 물질에서 쓴맛을 감지하도록 진화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비터 브래킷처럼 아무리 써도 무독성인 버섯이 있는가 하면, 맛이 좋지만 맹독을 가진 알광대버섯 같은 위험한 식물도 존재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