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즐겨먹는 토마토가 탐스러운 붉은색을 띠는 것은 동물의 취향에 맞춰 진화한 결과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UMA) 연구팀은 1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토마토는 먹는 동물의 기호에 각각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야생 토마토가 대부분 작고 녹색인 것과 달리 우리가 먹는 토마토는 큼직하고 빨간 점에 의문을 품었다. 토마토는 품종 개량을 거듭해 다양한 크기와 맛을 갖게 됐지만 대체로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사람이 먹는 토마토는 크기와 모양에 상관 없이 붉은색을 띤다. <사진=pixabay>

재배종과 야생종 등 토마토 15개 품종을 총 143그루 재배한 연구팀은 동물의 취향에 따라 식물의 모양과 맛, 성분이 변하는 '과일 증후군(fruit syndromes)'을 떠올렸다. 이 증후군은 다른 식물에서는 익히 발견됐지만 토마토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조사 관계자는 "사람이 먹는 토마토는 원래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원산의 가지과 식물"이라며 "자생하는 야생종들은 평소 우리가 보는 토마토와 달리 작고 녹색이며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야생 토마토는 크기가 블루베리 정도로 작다. 잘 익어도 대부분 녹색이다. 사과나 멜론 향이 나 군침이 돌지만 대개 맛이 형편없다. 야생에는 털북숭이 토마토도 존재한다.

식물은 동물에 먹혀 그 씨앗을 멀리 퍼뜨릴 목적으로 진화한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과일이나 채소의 진화에 동물의 취향과 식성이 관련한다는 가설은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다"며 "식물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열매를 동물이 먹고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멜론 향이 나는 녹색의 작은 야생 토마토는 쥐와 같은 소형 포유류의 취향에 맞춰 진화했을 것"이라며 "이보다 달달하고 붉으스름한 품종은 새들의 입맛에 맞춘 품종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류의 조상이 새가 좋아하는 붉은 토마토를 골라 재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굳이 조류가 먹는 토마토를 택한 이유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계 동물들이 어떤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는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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