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개구리는 원치 않는 수컷과 짝짓기를 피하기 위해 죽은 척을 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베를린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1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일부 개구리 종의 암컷은 짝짓기 시즌 싫은 수컷이 다가오면 상당히 적대적으로 대하며, 심지어 죽은 척까지 불사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유럽산개구리(Rana temporaria)의 생태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번식기 연못에 모인 유럽산개구리 암컷과 수컷들을 잡아 수조에 넣고 관찰한 결과, 암컷의 80%는 등에 수컷이 올라타자 몸을 뒤로 젖혔다.

유럽산개구리 암컷은 번식기에 수컷을 떼어놓기 위해 죽은 척까지 한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수컷은 물에 잠기게 되므로 얼마 가지 않아 암컷을 놓아주고 떠났다"며 "낮게 그르렁거리거나 끽끽거리는 소리를 내며 수컷을 쫓아내는 암컷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더 특이한 것은 수컷이 올라타자 암컷의 약 30%가 죽은 척을 했다는 점"이라며 "2분 정도 네 다리를 쭉 뻗고 꼼짝도 하지 않는 암컷에게서 수컷은 얼마 뒤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행동으로 암컷의 50%가량은 수컷을 떨쳐냈다. 연구팀은 유럽산개구리의 짝짓기 시즌이 다른 개구리보다 짧기 때문에 암컷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했다.

자기만 좋다고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는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유럽산개구리 암컷이 희한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유별난 수컷 때문"이라며 "유럽산개구리 수컷은 공격적이며 격렬한 짝짓기를 선호한다. 수많은 수컷이 몰려들어 구애하기 때문에 암컷도 나름의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짝짓기 시즌 유럽산개구리 암컷의 수컷 퇴치 능력은 어린 개체일수록 두드러지고 성공 확률도 높았다. 몸집이 크고 나이가 많은 암컷은 죽은 척하는 경우도 적었다.

자연계에는 유럽산개구리 같은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더러 있다. 잠자리나 거미, 사마귀 등 일부 곤충의 암컷은 수컷을 피하려 능숙하게 죽은 척을 한다. 연구팀은 동물들의 특이한 번식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지키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