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뼈로 만든 고대 장신구의 주인이 여성임을 밝힌 최신 연구 성과에 시선이 집중됐다. 사슴의 이빨을 깎아 만든 이 장신구의 제작 연대는 약 2만 년 전으로 추측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서 발견된 사슴 이빨 장신구에서 여성의 성염색체가 특정됐다고 밝혔다.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학자 스반테 페보(67) 박사가 참여한 연구팀은 러시아 남부 알타이산맥에 걸친 데니소바 동굴에서 나온 사슴 이빨 펜던트를 분석했다.

사슴 이빨로 제작된 고대 장신구. 주인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DNA 분석 결과 밝혀졌다. <사진=막스플랑크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유물의 형태나 구멍으로 미뤄 몸에 지니는 펜던트라고 여긴 연구팀은 표면에서 사람의 체액을 확인하고 세포핵 DNA를 채취, 해독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성염색체가 분명하게 확인됐다. 연구팀의 가설이 그대로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스반테 페보 박사는 "사람 및 사슴의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채취해 해독했다"며 "연대가 뚜렷한 다른 DNA와 비교를 통해 우리는 이 장신구의 연대가 약 2만5000~1만9000년 전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신구를 지닌 여성은 당시 유라시아 대륙 북동부에 터전을 잡은 집단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유적에서 발견된 장신구와 도구들은 당시 삶과 문화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되지만, 만들거나 사용한 사람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데니소바 동굴 내부의 고대 유적을 조사하는 연구팀 <사진=막스플랑크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이 같은 성과를 낸 데는 발달된 분석 기술이 한몫을 했다. 피부의 세포나 혈액, 땀, 침이 묻어 있으면 얼마든 DNA를 채취할 수 있게 되면서 연대는 물론 소유자의 성별, 나이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연구팀은 펜던트 겉면의 체액을 특수 용액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서 DNA를 추출해냈다.

스반테 페보 박사는 데니소바 동굴과 인연이 깊다. 박사는 2010년 이 동굴에서 발견한 새끼손가락뼈에서 DNA를 추출, 해독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유전학·진화학적으로 밀접한 관계임을 밝혀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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