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소리와 공기만으로 레이저 광선을 굴절시키는 실험이 성공했다.
독일전자싱크로트론(DESY) 연구팀은 10일 낸 실험 보고서에서 레이저를 원하는 만큼 구부려 필요한 지점으로 조사하는 신기술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고성능 광학 시스템을 만들 때 최우선 고려하는 레이저의 이동성에 주목했다. 복잡한 구간에서 레이저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보내는 광학 기기는 대부분 렌즈나 거울을 활용한다. 다만 재료 가공이나 입자 가속, 핵융합 에너지 연구 등 강력한 레이저가 사용되는 경우 반사 물질의 내구성이 문제가 된다.
DESY 연구팀은 보다 쉬운 방법으로 레이저를 구부릴 수 없을까 생각했다. 초음파가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한 연구팀은 강력한 초음파를 맞대고 쏘는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레이저를 자유롭게 구부리는 초음파의 마법 같은 힘은 소리에 더해진 공기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아주 강력한 소리의 힘으로 공기를 조각하는 방식이다. 실험 관계자는 "소리란 기본적으로 기압의 변화에 불과하지만 이를 섬세하게 다루면 물체를 띄우는 놀라운 재주도 부릴 수 있다"며 "우리 실험 역시 소리의 신기한 힘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DESY 연구팀이 고안한 장치는 스피커가 마주 보도록 배치됐다. 스피커가 내뿜는 것은 일반 소리가 아닌 초음파다. 한 곳에서 초음파가 만나면 공기의 밀도 차이를 만들어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격자 같은 통로가 형성됐다.
실험 관계자는 "임의로 만든 격자 통로에 적외선 레이저를 쏘면 마치 렌즈라도 통과한 것처럼 휘어졌다"며 "효율이나 정확도는 현재 50% 정도지만 연구가 진행되면 이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실험에서 쓴 레이저는 최대 20기가와트로 아주 강력해 이를 구부리기 위해 140dB(데시벨)의 음량이 필요했다"며 "140dB는 가동 중인 비행기 제트엔진에서 불과 몇 m 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는 어디까지나 초음파이므로 인간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우리가 만든 장치는 아주 강력한 레이저를 렌즈나 반사경도 없이 손쉽게 구부리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기술 개발을 거듭해 격자 패턴이 아닌 렌즈나 도파로(고주파 신호를 흘리기 위해 만든 금속제 관) 구조를 초음파로 생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보다 효율적으로 레이저를 원하는 대로 휘게 만들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