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발견된 뜨거운 목성(Hot Jupiter) 'WASP-17b'는 수정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뜨거운 목성이란 항성으로부터 거리가 태양-지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거대 가스 외계행성을 뜻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데이비드 그랜트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지구에서 약 13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17b'의 새로운 관측 결과를 공개했다. 2009년 발견된 'WASP-17b'는 항성 'WASP-17'을 공전하는 뜨거운 목성으로, 상층부 구름에 수정이 포함된 사실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의해 뒤늦게 확인됐다.

데이비드 그랜트 교수는 "석영, 즉 수정은 지구에서는 일반적인 광물이지만 외계행성의 구름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간 적외선 장치(MIRI)로 들여다본 'WASP-17b'의 대기는 규소와 산소가 풍부한 규산염 광물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뜨거운 목성 WASP-17b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원래 규산염 광물은 지구나 달 외의 태양계 암석 천체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감람석, 휘석 등 마그네슘이 풍부한 규산염 광물은 운석이나 소행성에도 포함되며, 은하계 전역의 고체 미립자 구름이나 외계행성, 갈색왜성의 대기에서도 검출됐다. 다만 이산화규소의 결정 형태인 석영이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감지된 것은 처음이다.

데이비드 그랜트 교수는 "'WASP-17b'의 대기에 에어로졸이 존재할 가능성은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에서 이미 제기됐다"며 "다만 그 정체가 석영이라고 예상한 학자는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WASP-17b'는 대기 구성 물질 외에도 관찰할 가치가 많은 뜨거운 목성이라는 점에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WASP-17b' 대기 중 수정은 대중에 익숙한 모양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크기는 10㎚(나노미터)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지구의 구름에 포함된 광물 입자와 달리 이 수정들은 'WASP-17b'의 암석질 표면이 아닌 대기 자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2022년 7월부터 관측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적외선 파장을 이용해 심우주를 들여다본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에 대해 데이비드 그랜트 교수는 "'WASP-17b'는 표면이 약 1500℃로 뜨거우며, 대기 상층부에서 석영 결정이 형성되는 영역의 압력은 지구 표면의 약 1000분의 1 수준"이라며 "이런 환경 때문에 기체에서 직접 고체 결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이 행성은 밤에 기온이 이산화규소의 융점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수정으로 된 구름이 만들어진다"며 "낮과 밤에 두 반구 사이의 극단적인 온도차가 야기하는 강풍으로 수정은 밤 쪽에서 보다 온도가 높은 낮 쪽으로 운반되고 거기서 다시 증발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뜨거운 목성에 대한 연구는 독특한 항성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2022년 허블이 포착한 극단적 환경의 뜨거운 목성 KELT-20b(가운데) 및 주성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외계행성 구름의 구성 물질을 파악하는 것은 해당 천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연구에서 'WASP-17b'는 조석 잠금 상태이며, 한쪽 반구면이 주성 방향을 늘 향하고 있어 뜨거운 낮 측과 차가운 밤 측이 존재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환경이 이 외계행성 주위에 석영 구름을 계속 발생시키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WASP-17b'는 부피가 목성의 7배 이상이고 질량은 목성의 50%가 안 되는 독특한 외계행성이다. 주성을 공전하는 주기가 3.7일로 짧아 시선속도 측정법(외계행성 공전에 따라 원을 그리듯 작게 흔들리는 주성의 움직임을 응용하며, 도플러 분광법이라고도 한다)에 의한 관측에 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