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바스 시민이 공동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냉탕이 발굴됐다. 바스는 로마제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온천이 크게 유행한 지역이다.
사적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영국 민간단체 내셔널 트러스트는 2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바스의 18세기 집회소 터에 딸린 대형 냉탕을 소개했다. 냉탕은 당구장과 연주회장 등 시민을 위한 집회소 지하에 마련됐다. 집회소는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센터와 비슷한 개념이다.
조사에 참여한 학자들은 18세기 바스 주민들이 뜨거운 온천욕은 물론 찬물에 몸을 담그는 한랭 요법을 공동으로 즐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로마인들이 개발한 프리기다리움(냉수욕)의 영향이라고 일부 학자는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18세기 영국 바스 시민들은 레저와 사교를 목적으로 집회소를 지었는데, 여기에는 무도회장, 연주회장, 도박장, 당구장 등 다양한 오락 시설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로마시대부터 바스에 널린 온천은 시민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며 "당시 사람들은 뜨거운 온천에서 몸을 풀고 프리기다리움으로 피부에 탄력을 더하는 로마인의 지혜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바스가 원래 온천마을로 목욕탕이 흔하지만 공공 집회소에 냉탕이 만들어진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셔널 트러스트의 프로젝트 큐레이터 타티야나 르보프는"18세기 영국의 마을 집회소에 냉탕이 들어간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냉탕이 딸린 집회소는 1771년 완공됐다. 무도실 한쪽 지하에 위치한 방 3개분 중앙에 조성된 냉탕의 양쪽에는 제법 큼직한 탈의실도 마련됐다. 타티야나 르보프는 "발굴 과정에서 지하 목욕탕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조각상이 놓여 있던 것으로 보이는 벽체도 여럿 드러났다"고 말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이번 발견이 18세기 영국 사람들의 목욕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자들은 바스의 집회소에 냉탕이 들어간 자세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