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를 제물로 바쳐 지었다는 부두교의 피 칠갑 궁전 전설이 사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리-사클레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19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부두교 발상지인 서아프리카 베냉의 아보메 왕궁이 피 칠갑 궁전이라는 별명대로 실제 사람 피를 결합제로 썼다고 전했다.

아보메 왕궁은 198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일부 건축물이 부두교 의식의 제물이 된 사람 41명의 피로 만들어졌다는 풍설로 유명하다. 일부 역사학자는 부두교도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봤으나, 과학적 분석 결과는 달랐다.

부두교 발상지 베냉의 아보메 왕궁 <사진=유네스코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Royal Palaces of Abomey (UNESCO/NHK)' 캡처>

사클레대 필리페 샬리에 연구원은 "최신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연구에서 아보메 왕궁의 피의 전설은 진실일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다호메이 왕조의 9대 왕 게조의 무덤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소문은 사실로 기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냉의 옛 지명인 아보메는 17세기 건국해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다호메이 왕국의 수도였다. 왕 12명이 이어가며 아보메를 통치했는데, 1818~1858년 재위한 9대 왕 게조는 아주 잔혹한 군주로 널리 알려졌다.

샬리에 연구원은 "기록을 보면, 게조 왕의 거처로 가는 길은 적의 두개골과 턱뼈를 깔았고, 왕좌는 적장 4명의 두개골 위에 놓였다"며 "더욱이 아보메 왕궁 부지 내에는 제물의 피를 바른 건축물이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설명했다.

아보메 왕궁 내에 자리한 게조 왕의 묘실 벽체 사진들. 결합제로 사람 피를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진=필리페 샬리에>

이어 "당시 다호메이 왕국은 건축물 결합제로 시멘트와 모래를 쓸 수 있었지만, 게조 왕은 노예나 적의 포로 41명의 피를 성수 및 기름과 섞어 바르게 했다"며 "이런 이유로 해당 건축물은 강렬한 붉은색을 띤다"고 덧붙였다.  

부두교는 현대에도 베냉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이들은 성수와 사람 피, 기름을 섞은 공물을 결합제로 사용하면 건물이 정화되고 새 생명이 깃든다고 믿는다. 게조 왕은 자신이 묻힐 묘실에 적의 피를 바르면 영원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연구팀은 게조 왕이 묘실에 바른 물질의 조성을 알아내기 위해 고해상도 탠덤 질량분석법을 동원했다. 단백질의 특성을 살핀 결과, 놀랍게도 게조 왕의 사후 한참 뒤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재배되지 않은 밀이 검출됐다.

샬리에 연구원은 "게조 왕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에 베냉의 무기며 옷감 등 공물을 자주 보냈다"며 "프랑스는 답례로 바게트나 구운 과자 등을 줬는데, 이를 섭취한 사람의 혈액이 건물 결합제에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백질을 조사하는 프로테옴 해석 결과 인간과 닭의 헤모글로빈과 면역 글로불린(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군)이 확인됐다"며 "건물 벽 결합제가 정말 인간의 혈액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게조 왕이 한 번에 최대 500명을 제물을 바쳤다는 점에서 묘실 벽에 바른 결합제 속 피가 정확히 몇 명 분인지 향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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