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어떤 물체를 보고 음식인지 아닌지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1초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심리학자 토마스 칼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음식을 접한 뇌의 활동은 외형이나 공복감, 취향, 심리 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일단 눈앞의 것이 먹을 것임을 순식간에 간파하는 셈이다.
사람이 음식을 구분하는 데는 일단 후각이 개입하지만 그 범위가 한정돼 있어 시각이 추가로 동원된다. 연구팀은 눈으로 포착한 물체를 뇌가 음식으로 인식하는 데 걸리는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연령과 관계없이 남녀 20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뇌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각 피실험자의 뇌파 데이터는 기계학습을 거쳐 개인별 뇌 모델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불과 0.1초 만에 음식을 인식한다고 결론 내렸다. 칼슨 교수는 "실험 결과 뇌가 물체를 식품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뇌파 패턴은 이미지를 접하고 108~116㎳(밀리초) 만에 확인됐다"고 전했다.
교수는 "망막에 비친 정보가 대뇌피질에 닿기까지 원래 40~60㎳가 걸린다"며 "여기서 대략 50㎳라는 한순간도 안 되는 시간이 더해지면 뇌는 눈앞의 물체가 음식인지 아닌지 구분한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류가 태고 때부터 생존을 위해 음식을 찾는 능력이 발달했고, 뇌 역시 강하고 빠르게 음식에 반응하도록 진화됐다고 결론 내렸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겉으로 음식을 판단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하는 식단 구성이나 특정 질환을 앓는 이들의 환자식 개발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