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 마리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임의로 만든 키메라 원숭이에 학계 시선이 쏠렸다. 원숭이는 얼마 안 가 안락사됐지만 높은 수준의 키메라(chimera) 기술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국과학원을 비롯한 공동 연구팀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녹색 눈과 형광(생체발광) 손가락을 가진 키메라 원숭이를 공개했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이 수컷 원숭이는 수정란에서 만들어낸 ES세포(배아줄기세포)를 다른 원숭이 수정란에 이식해 만든 키메라다.
키메라 원숭이는 2012년 처음 만들어졌다. 다만 이번 결과물은 한 생명체 속에 유전자형이 다른 조직이 존재하는 키메라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다. 심지어 뇌의 경우 90%의 세포가 이식된 줄기세포에서 유래해 학자들을 설레게 했다.
중국과학원 관계자는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의 수정란에서 뽑아낸 배아줄기세포를 같은 종의 다른 원숭이 수정란에 이식하면서 키메라가 탄생했다"며 "동일한 종의 다른 두 배아에서 발생한 세포로 구성된 키메라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40마리의 어미 원숭이에게 총 74개의 수정란이 이식됐고 새끼 6마리가 태어났다. 여기서 키메라였던 것은 수컷 한 마리뿐이다. 세포 구조가 키메라로 확인된 태아도 1마리 있었지만 결국 태어나지 않았다.
줄기세포의 일종인 배아줄기세포는 초기 배아에서 태아가 될 내세포집단 속에서 임의의 세포를 뽑아 분화 능력을 유지한 채 배양된다. 만능세포로도 불리며, 세포 수준의 질병 치료 등에 응용이 기대된다.
이번에 만들어낸 키메라 원숭이의 뇌, 심장, 간, 신장, 정소 등 주요 조직에는 수정란 본래의 것과 이식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유전정보가 다른 세포가 공존했다. 장기별 줄기세포 유래 세포의 비율은 21~22%로 지금까지의 키메라(0.1~4.5%)와 비교 불가였다. 이런 경향은 뇌(최대 90%)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전 키메라 원숭이의 경우 간, 비장, 태반 같은 혈액이 많은 장기에서만 세포 공존이 확인됐다. 게다가 장기 자체보다는 혈액이 키메라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중국과학원 관계자는 "원숭이 키메라는 생후 10일 만에 몸이 아팠고 결국 안락사됐다. 키메라 제작은 성공했지만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과제가 많다"며 "인간의 질병이나 치료를 연구하는 보다 충실한 모델을 만들 수 있어 키메라 제작은 가치가 충분하며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자들은 키메라 기술 연구가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만 연구팀은 죽은 키메라 원숭이를 면밀히 연구해 유전자 공학이나 종 보존을 위한 연구 모델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