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초기의 우주에서 급격한 산소 증가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미량의 리튬 등 가벼운 원소만 존재했고, 별이 탄생해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 뒤에야 산소가 생성됐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와 도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약 131억~133억 년 전 우주에서 산소 존재비의 급격한 증가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우주 탄생을 두고는 여러 설이 존재하며,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가 구성됐다는 빅뱅 우주론이 유력하다.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빅뱅 당시 갓 탄생한 우주에는 가벼운 원소만 존재하다가, 시간이 흘려 별이 형성되고 핵융합 반응을 거쳐 초신성이 되면서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가 은하에 뿌려졌다고 본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대규모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빅뱅 5억 년 뒤인 133억 년 전 우주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NAOJ의 나카지마 키미히코 특임조교는 "그간 거의 불가능했던 120억 년 전 원시 은하 138개를 찾아내 그 내부 산소 존재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가 얻은 관측 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우주 탄생 후 5억~7억 년 사이 구성된 은하에서 산소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감지했다. 지구와 생명에 필수적인 산소가 언제부터 우주 공간에 존재했는지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정보라고 연구팀은 의미를 부여했다.
나카지마 조교는 "NIRSPec으로 얻은 131억~133억 년 전 6개 은하의 이미지를 보면 산소 존재비가 적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며 "131억 년 전까지 은하의 산소 존재비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주 탄생 후 5억~7억 년 사이 산소가 급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이미 131억~133억 년 전 은하의 산소 존재비가 급격히 높아져 현재에 이르렀음을 유추할 수 있다"며 "우주에서 처음 생명이 탄생한 시기는 지금까지 예상보다 훨씬 빠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2022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 관측 장비를 통해 심우주를 들여다본다. 학자들이 과거 알지 못했던 더 멀리 떨어진 은하와 천체를 관측해 내면서 1년여 만에 우주 관련 이론과 가설이 여럿 수정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