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위성통신회사 원웹(OneWeb)이 일론 머스크(52)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와 예정에 없던 통신 발사 계약을 맺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자국 우주과학의 퇴보를 걱정하게 됐고, 스페이스X는 어부지리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원웹은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와 위성 발사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위성의 발사 시기나 빈도, 금액 등 상세한 조건은 모두 비밀에 부쳤다.
다수의 위성이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위성 콘스텔레이션’을 구상한 원웹은 고속·저지연 인터넷 통신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2월부터 통신위성 발사를 지속해 왔다.
원웹의 최종 목표는 총 648기의 통신위성을 운용하는 것이다. 발사가 끝난 위성의 수는 2월 기준 428기. 아직 220기를 더 우주로 쏘아 올려야 한다.
원래 원웹은 러시아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와 러시아가 보유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로켓을 이용, 위성을 발사했다. 다만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의 군사 침공 여파로 유럽연합(EU)은 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대응,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ROSCOSMOS)은 지난 3일 유럽 18개 국가가 참여한 우주 기업 아리안스페이스와 공동 사업을 철회했다. 이 여파로 원웹을 비롯한 유럽 지역의 많은 기업이 당장 소유즈 로켓을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로스코스모스는 원웹 및 이 회사에 출자하는 영국 정부대 대한 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위성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 또는 영국 정부가 보유한 원웹 주식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원웹 이사회는 고민 끝에 바이코누르 발사를 모두 중단했고, 지난 4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발사대에서 통신위성 발사용 로켓이 죄다 철거됐다.
소유즈를 활용한 원웹의 위성 발사는 당장 이달 5일 예정돼 있었다. 통신위성 36대가 발사만 기다리다 발이 묶였다. 초조해진 원웹은 일론 머스크와 협상에 들어갔고 스페이스X가 내건 다소 불리한 조건까지 승낙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불할 금액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 X는 자사 통신위성으로 이뤄진 위성 콘스텔레이션을 이용, 인터넷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를 제공하고 있다. 원웹으로서야 스페이스X가 통신 분야에서 경쟁 관계지만 당장 로켓이 필요한 터라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원웹에 따르면 스페이스X를 활용한 첫 위성 발사는 올해 안에 이뤄진다. 닐 매스터슨 원웹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약에는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가진 공통 비전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예상 외의 고전 및 국제사회 고립 등 진퇴양난에 빠진 러시아는 유럽이라는 거대한 고객을 잃으면서 고도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주산업이 퇴보할 위기에 처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