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0년 전 고대인들이 벌인 대규모 전투 흔적이 유럽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고대 전쟁보다 1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에 시선이 쏠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사학자 테레사 페르난데스 크레스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집단 전투의 역사를 탐구하던 연구팀은 스페인 북부 리오하 알라베사에서 발굴한 유골 338구를 정밀 분석했다.

얕은 동굴 내부에 조성된 매장지에서 나온 유골들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5400년에서 5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의 신석기시대는 약 9000~4000년 전이며, 지금까지 벌어진 가장 오래된 대규모 전투는 2800년 전 청동기시대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인들이 유럽에서 벌인 가장 오래된 전투는 2800년 전 청동기시대로 여겨져 왔다. <사진=NHK>

테레사 교수는 "치명상을 입은 유골은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이런 비율은 전쟁 등 변고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균형적"이라며 "여기 묻힌 남성들은 짧아도 몇 달 지속된 전쟁에서 모진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수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지금까지 가설보다 1000년 일찍 유럽에서 큰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며 "유럽의 신석기시대(약 9000~4000년 전) 인류 간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학자들은 지금까지 연구에서 고대인의 전쟁은 20~30명의 작은 집단이 며칠 이내에 공방을 주고받는 것이 고작이라고 봤다. 초기 사회 인간은 장기간 큰 전쟁을 유지할 병참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개인별 전투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학자들은 여겼다.

스페인 북부 리오하 알라베사 지역의 집단 매장지에서 나온 유골 일부의 분포도 <사진=옥스퍼드대학교·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테레사 교수는 "리오하 알라베사의 석기시대 유적에서는 50개 넘는 부싯돌을 비롯해 다량의 화살촉이 나왔는데 36개는 표적에 명중한 듯 경미한 변형이 확인됐다"며 "고대인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정교하고 치명적인 전투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대인 시신 338구 중 23.1%는 뼈가 깨지고 뒤틀린 부상을 입었다. 이중 10.1%는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 테레사 교수는 "유럽의 석기시대 소규모 전투에서 화살 등에 부상을 입을 확률은 7~17%, 이런 상처가 낫지 않을 확률은 2~5%로 추산됐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모두 상회했다"고 강조했다.

338구의 유골 일부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한 손상된 흔적들이 남았다. <사진=옥스퍼드대학교·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이어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뼈의 74.1%, 치유된 뼈의 70%는 젊은이 혹은 성인 남성의 것으로 여성의 비율은 무의미할 정도였다"며 "이런 확연한 차이가 유럽 신석기시대 집단 매장지에서는 나왔다는 점, 그리고 치유된 뼈도 비교적 많다는 점에서 전투의 규모가 크고 대략 수개월은 계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신석기 후기 유럽에서 벌어진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긴장과 전쟁 등 세세한 역사를 짚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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