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는 대립하는 그룹이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높은 지대를 이용해 정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장류인 침팬지가 인간처럼 일종의 군사전략을 사용한다는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물인류학자 실뱅 르무안 교수는 1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근연종 침팬지가 군대와 같은 고도의 전략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코트디부아르의 타이 국립공원(Tai National Park)에 캠프를 차리고 2013년부터 3년에 걸쳐 침팬지 2개 무리를 면밀히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양쪽 침팬지 그룹이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수시로 고지에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정찰병을 고지대에 보내 적의 움직임을 살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르무안 교수는 "각 침팬지 그룹의 리더는 민첩한 정찰병을 골라 고지대에 올려 보냈다"며 "정찰병 역할을 맡은 침팬지는 적의 무리를 몰래 관찰해 그 정보를 전했고 리더는 침략 또는 대기, 철수를 결정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세력을 확장하거나 유지하기 전에 적을 정찰하는 침팬지의 이런 행동은 복잡한 인지능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적응한 개체만 살아남는 자연도태의 냉혹함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침팬지의 정찰은 두 세력권이 인접하는 경계 부근에서 더욱 활발했다. 세력권 안쪽에 비해 정찰병이 높은 지대에 오르는 빈도가 2배 이상 높았다.

타이 국립공원의 침팬지들. 무리를 형성하고 적대 세력의 동태를 면밀히 관찰하며 영역을 확장한다. <사진=타이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

르무안 교수는 "고지대에 오른 침팬지는 마치 인간 정찰병이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몸을 숨기는 것처럼 한동안 숨죽여 가만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중 고지대를 이용해 다른 세력이나 천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물은 얼마든 있다. 미어캣은 무리를 지키거나 소통하기 위해 고지대를 적극 이용한다. 이와 달리 침팬지는 그 배후에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르무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세력이 머무는 영토를 온전히 지배하기 위해 지형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 진화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침팬지들의 전략은 고대인 사이에서 벌어진 원시적인 전쟁의 양상을 띨 정도로 일반 동물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타이 국립공원의 두 침팬지 무리가 맞붙는 지역에서는 정찰 활동이 내부보다 훨씬 활발했다.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침팬지 정찰병들이 작은 소그룹을 구성해 움직이며, 소리에도 집중하는 점을 알아냈다. 상대가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경계를 넘어 전진했는데, 통상 적의 세력이 3㎞ 앞에 있을 경우 60% 확률로 적의 세력권에 진입했다.

르무안 교수는 "침팬지 그룹이 영역을 넓힐 수 있다면 먹이나 짝짓기 상대를 더 많이 얻고 동료들 사이의 마찰도 줄어든다"며 "사람과 동물의 지능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해온 것처럼 그리 명확하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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