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여성이 남성과 함께 사냥을 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대 수렵채집 사회에서 사냥은 주로 남성이 담당했다는 학계 통설을 깨는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노터데임대학교 인류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선사시대 여성이 남성만큼 뛰어난 사냥꾼이었다고 전했다. 여성들도 끈질기게 야생동물을 추적하고 잡아 무리의 생존에 기여했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지금까지 고대 사회의 사냥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역사 교과서나 박물관은 모피를 입고 창을 든 남성과 아기나 바구니를 안은 여성이 나무 열매 등을 모으는 광경을 당연한 듯 보여줬다.

억센 야생동물을 잡는 일은 체력이 보다 뛰어나고 달리기도 빠른 남성이 맡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다만 여성도 사냥에 적극 참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고대 여성들도 남성처럼 끈질기게 사냥감을 추적하고 싸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번 연구를 이끈 노터데임대학교 인류학자 카라 오코복 교수는 "사냥은 육체에 큰 부담이 되는 활동이며, 빠른 기술로 일격에 끝날 일이 아니다"며 "고대에는 사냥감을 붙잡기 위해 대상이 진이 빠질 때까지 끈질기게 추적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고대의 사냥은 남성보다 여성이 유리했을 수 있다"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몸이 탄수화물에 의존하기 전에 축적된 지방을 먼저 사용하도록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칼로리가 높다. 때문에 천천히 오래 타므로 그만큼 몸을 더 움직일 수 있다. 에스트로겐은 지방의 저장 작용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및 신진대사 유지, 뇌 발달, 부상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대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관련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따른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여성의 신체 구조도 고대 사냥에 유리하다고 봤다. 오코복 교수는 "여성의 고관절은 일반적으로 넓어 그만큼 허리를 돌리기 쉽고 보폭도 커진다"며 "큰 보폭은 차로 비유하면 연비가 좋다는 의미로, 여성은 멀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선사시대 여성들의 유골에 난 상처 역시 이들이 숙련된 사냥꾼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오코복 교수는 "고대 여성의 유골에서 현재 로데오 선수의 머리나 가슴에 나타나는 상처가 자주 발견됐다"며 "고대인 남녀 모두 비슷한 부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당시 여성들의 사냥은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고대 여성도 사냥을 했다는 주장은 최근 계속된다. 페루 등 남미의 완신세 여성 무덤에서는 사냥에 사용된 무기가 출토됐다. 본인에게 소중하거나 애용하던 것을 부장품으로 삼은 고대인 특성상 여성이 사냥을 했다는 증거로 보는 학자가 적잖다. 미국 시애틀퍼시픽대학교 인류학 연구팀은 지난 7월 고대 여성의 최소 79%가 사냥을 했다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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