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수명을 연장해 준다는 신약이 승인을 앞두고 있다. 2026년에는 제품화될 전망이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생명공학 업체 로열(Loyal)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개, 특히 대형견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반려동물로 각광받는 개는 고양이보다 수명이 짧은 것이 일반적이며, 대형견은 더욱 일찍 생을 마감한다. 반려견을 위한 안티에이징 기술을 연구해온 로열의 신약은 FDA 승인을 위한 첫 번째 장애물 중 몇 가지를 통과했다.
로열 관계자는 “FDA의 테스트 등 중요한 과정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이 깐깐한 기관이 반려견 장수약 승인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명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몇 가지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선충의 수명을 5배로 늘리고 일명 회춘 단백질로 쥐의 수명을 연장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개의 수명은 견종에 따라 다르지만 사료의 질이 개선되고 치료약이 좋아진 영향으로 옛날보다는 다소 연장됐다. 소형견의 경우 평균 약 14년, 중형 및 대형견은 13.5년을 산다. 세인트버나드나 그레이트 데인 같은 대형견의 경우 수명은 8~10년으로 짧은 편이다.
로열 관계자는 “대형견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는 성장·대사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며 “7~9세쯤 다양한 질병으로 죽는 대형견들은 4세에 이미 노화가 시작되고 5세에는 다리가 쇠약해지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반려견 장수 신약 ‘LOY-001’은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이라는 성장 대사 호르몬에 작용한다. 쥐나 지렁이, 파리를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서 IGF-1의 활동을 방해하면 수명이 연장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로열 관계자는 “개의 경우 이 호르몬은 체격과 관련이 있어 소형견보다 대형견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며 “개의 장수는 호르몬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견의 수명이 비교적 짧은 것은 IGF-1이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OY-001’은 7세 이상, 체중 40㎏ 이상의 건강한 반려견 전용으로 개발됐다”며 “36개월에 한 번 주사로 투약하며, 특효약은 아니지만 노화 속도를 늦춰 그만큼 수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주사가 아닌 알약 형태의 반려견 장수 약 ‘LOY-003’도 개발하고 있다. 로열은 이들 신약이 결코 불로장생의 영약이 아니지만 개의 노화 속도를 더디게 해 보다 오래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오래 건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반려견 주인들의 관심을 받는 이 약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있다. 안티에이징 약이 성공적으로 완성된다 하더라도 과연 반려견의 삶의 질까지 향상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한 수의사는 “수명이 연장되더라도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현재로선 없는 게 문제”라며 “2년을 더 산다고 해도 누워서만 지낸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고양이의 대표적 질병으로 꼽히는 신장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 도쿄대학교 교수 미야자키 토오루는 2020년 고양이의 신장병을 막아 생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신약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2021년 7월 연구개발비가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전역의 고양이 집사들이 3억 엔(약 26억6000만원) 넘게 모아 기탁했고 미야자키 교수는 도쿄대를 나와 AIM 의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8월 22일 고양이 신장약의 임상실험 효과가 확인됐다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