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킬대학교 언어학자 쇠렌 위츠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온난한 지역의 언어는 대체로 발성이 큰 반면 극지로 갈수록 나지막이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국가의 언어를 분석하고 평균기온이 소리의 크기에 주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팀은 공기의 성질에 주목했다. 사람이 말하면 소리는 음파로 공기 중에 전달되기 때문에 공기의 물리적 성질이 발음 및 청취의 용이성을 좌우한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위츠만 교수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성대를 진동시켜 만들어내는 유성음의 발음을 어렵게 한다”며 “반면 따뜻한 공기는 고주파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무성음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언어가 사람들의 귀에 들리는 소리의 크기는 적도 쪽으로 갈수록 크고 극지로 갈수록 작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언어학에서 소리가 잘 전달되는 정도를 소노리티(sonority)라고 한다. 사람 음성의 소노리티는 공간, 소리의 세기와 높이, 길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팀은 온도가 소노리티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총 5293개 언어의 기본 어휘가 등록된 자동화 유사성 판별 프로그램(Automated Similarity Judgment Program)의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적도 부근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소노리티가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의 언어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반면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살리시 족, 즉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및 미국 워싱턴 주 인디언의 언어는 소노리티가 낮았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개발하고 사용한 언어는 5500여 개로 생각된다. <사진=pixabay>

위츠만 교수는 “언어학자들은 소노리티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온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모음이나 자음의 차이 등 언어의 구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 일부 언어는 온난한 지역임에도 소노리티가 낮았다”며 “극히 일부 지역에 예외가 있었던 것은 소노리티에 주는 기온의 영향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환경이 소노리티에 주는 적잖은 영향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위츠만 교수는 “언어의 구조는 완결성이 크고 사회나 자연 등 환경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생각돼 왔다”며 “우리 조사를 비롯한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런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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