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과학계 가설이 마침내 입증됐다. 원자를 극단적으로 냉각하고 압축한 결과 빛 산란율이 떨어져 투명해진다는 사실이 최초로 관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원자를 극저온·초고밀도 상태로 만들 경우 빛을 더 이상 반사하지 못하고 투명해진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우리가 주변 사물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물질은 구성하는 원자들이 빛의 입자, 즉 광자를 받아 산란하기 때문이다.

약 30년 전 MIT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프리처드(80) 교수는 원자를 초냉각·압축할 수 있다면 빛을 반사하지 않게 돼 투명해질 거라고 예상했다. 광자가 원자에 반사돼 산란하려면 원자 사이에 틈이 있어야 하는데, 원자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냉각해 간격을 없애버리면 빛 산란이 불가능해진다는 이론이었다.

30년 전 원자가 투명해질 수 있다고 예상한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프리처드 박사 <사진=Serious Scienc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agneto-Optical Trap - David Pritchard' 캡처>

파울리의 배타 원리, 즉 같은 원자 내에 있는 2개의 전자가 동일한 순간 동일한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법칙에 입각한 프리처드 교수의 생각은 그럴듯했다. 다만 당시 기술로는 원자를 극도로 냉각하고 압축할 수 없어 실증하지 못했다.

물리학 선배의 가설을 멋지게 입증한 건 MIT 후배들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케털리(64)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원자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냉각하기 위해 리튬 원자의 특수한 동위체를 20마이크로켈빈(성간우주의 10만 분의 1에 해당)까지 냉각했다. 이어 레이저를 이용해 1㎤당 원자 1000조개 밀도까지 극단적으로 압축했다.

이후 연구팀은 꼼짝 못 하게 된 원자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거나 밀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른 특수 레이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원자들의 빛 산란이 실온에서보다 38% 줄면서 그만큼 어두워지고 투명해졌다.  

원자의 극단적 냉각과 압축 실험에 동원된 장치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서는 원자를 20마이크로켈빈까지 냉각했지만 만약 절대영도까지 온도를 내릴 수 있다면 원자가 완전히 투명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인된 현상은 파울리의 배타 원리나 파울리 차단(Pauli blocking)으로 불리는 물리학 법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를 관중석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연구팀 관계자는 “전자는 에너지 껍질 속에 배치돼 있는데 공연장 좌석과 같아 다른 줄로 이동하려면 좌석이 비어야 한다”며 “좌석이 차 있다면 전자는 이동할 수 없다. 이것이 파울리의 배타 원리로 이 세상 물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가 날아온 광자를 반사하기 위해서는 이동해 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빈 좌석이 필요하다”며 “극단적 냉각과 압축으로 빈 좌석을 없애버리면 광자를 튕겨낼 수 없어 결과적으로 원자가 투명해진다”고 덧붙였다.

파울리 배타 원리를 관중석에 빗댄 그림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관찰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자, 향후 양자컴퓨터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험 관계자는 “광자의 산란을 억제하는 기술은 양자컴퓨터의 데이터 보존 기술로 활용된다는 의미”라며 “양자컴퓨터 동작은 양자 레벨로 제어되며, 그런 상황에서는 빛의 산란마저 정보가 누출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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