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회충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아니사키스를 전기로 구제하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맛이나 식감 등 생선의 품질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이 기술은 일본 구마모토대학교가 개발했다.

구마모토대학교 산업나노물질연구소 나미하라 타카오 교수 연구팀은 19일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아니사키스를 감전해 죽이는 기술 연구가 현재 막바지 단계라고 전했다.

길이 20~30㎜, 폭 0.5~1㎜인 아니사키스는 흰 실처럼 보이며 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나 고등어, 갈치, 연어, 전갱이, 오징어 등 다양한 수산물에 기생한다. 회 등 생식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위와 장에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초밥이나 롤의 주재료인 생선살은 아니사키스 같은 회충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pixabay>

아니사키스를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학자들이 고안한 방법은 냉동이나 가열이다. 영하 20℃에서 24시간 이상 냉동하거나 최소 60℃ 이상의 온수에 1분 담그면 아니사키스는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을 쓰면 생선의 식감이 뚝 떨어지고 맛도 나빠진다. 일일이 잡아 없애는 방법도 있지만 손이 많이 간다. 아니사키스를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 자외선 및 X선, 초음파, 고압을 동원한 실험이 이뤄졌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구마모토대학교는 순간적으로 무려 1억 와트(W)의 전기를 발생하는 펄스파워 방출기를 개발했다. 콘덴서에 축적한 전기 에너지를 한순간 방출하는 장비로, 실증까지 나미하라 교수 연구팀이 무려 4년을 소비했다.

고등어 등 소비량이 많은 생선에서는 고래회충이 이따금 발견된다. <사진=pixabay>

나미하라 교수는 “펄스파워 장비는 전자레인지 10만 대 분량인 1억W 전력을 100만 분의 1초간 흘릴 수 있다”며 “소금에 절인 전갱이 토막에 약 200초에 걸쳐 300~350회 적용한 결과 생선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아니사키스를 박멸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 기술을 전갱이보다 육질이 연한 고등어와 뼈가 많은 꽁치, 살이 두꺼운 연어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며 “생선에 따라 펄스파워 가동 시간 등을 달리하면 어종별 아니사키스 구제 방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펄스파워 기술을 이용해 소나 돼지 등 가축이나 멧돼지, 사슴 등 야생동물의 체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생충도 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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