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의 독특한 형상은 난모세포와 수축극 등 여러 기관은 물론 마찰이 함께 만들어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ISTA) 및 프랑스 국립 과학센터(CNRS)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마찰력은 멍게의 초기 형태를 빚어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바다의 파인애플로 불리는 미삭동물 멍게는 식용인 꽃멍게나 돌멍게가 우리나라에 익숙하다. 원통의 젤리질 몸체를 가진 큰입멍게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대체로 동물이라기보다 식물에 가까운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다. 

CNRS 해양생물학자 앤드루 존스는 "멍게는 언뜻 식물로 여겨지지만 어엿한 바다동물"이라며 "유생 시절 멍게는 수영도 가능하며, 바위 등에 붙어 움직이지 않게 되더라도 체내에는 심장부터 소화기관, 생식기관 등이 모두 존재한다"고 전했다.

큰입멍게 <사진=pixabay>

이어 "의외로 척추동물에 아주 가까운 멍게는 체형의 형성부터 완전한 성장까지 기간이 상당히 짧다"며 "멍게의 발달 프로세스를 조명한 실험이 그간 별로 없다는 점은 이상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오랜 관찰 조사 결과 멍게의 난모세포가 수정 이후 마찰을 이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멍게의 난모세포가 이런 식으로 내부의 여러 구획을 변화시키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난모세포가 정자와 수정하면 세포질이 재편성된다. 당연히 그 구조가 변화하는데, 이는 배아가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멍게의 경우 이 재편성 과정에서 수축극(contraction pole)에 변화가 나타나 배아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축적한다.  

수정된 멍게 난모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연구팀은 난모세포가 수정되면 세포막 아래 세포피질이 긴장해 수축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흐름이 세포에 최초의 형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수축극이 부풀어 오르는 도중 이러한 흐름이 멈추는 점에서 수축극의 형성에는 또 다른 동력이 있다고 연구팀은 의심했다.

부풀어 오르는 수축극(아래쪽) <사진=CNRS 공식 홈페이지>

앤드루 존스는 "수축극의 성장과 관련이 있을 만한 것을 찾는 과정에서 멍게 난세포 밑부분의 근형질에 주목했다"며 "이 층이 수축·이완하며 난모세포와 함께 모양을 바꿨다. 덕분에 세포피질이 유동할 때 마찰에 의해 근형질에 여러 개의 주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피질의 움직임이 멈추고 마찰이 없어지면 근형질 주름이 풀리면서 멍게 특유의 체형이 형성됐다"며 "이런 식으로 수축극이 벌어지는 것을 발견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마찰이라는 물리적 힘이 세포나 생물의 형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마찰이 배아의 발생 프로세스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막 이해가 시작됐지만,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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