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의 역사를 17억5000만 년까지 늘리는 중요한 발견이 호주에서 이뤄졌다. 학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광합성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벨기에 리에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호주 북부 사막의 맥더모트 지층에서 광합성 흔적이 남은 약 17억5000만 년 전 원시 조류 나비푸사 마젠시스(Navifusa majensis)의 미화석을 소개했다. 미화석은 육안으로 확인 불가능한 미세 화석을 말한다.

나비푸사 마젠시스의 화석은 캐나다 그래시 베이 지층에서도 나왔다. 이쪽의 연대는 약 10억1000만 년 전으로 맥더모트 지층 쪽이 훨씬 오래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나비푸사 마젠시스의 미화석들. (a)가 호주 맥더모트 지층, (b)가 캐나다 그래시 베이 지층에서 나온 샘플이다. <사진=리에주대학교·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나비푸사 마젠시스는 원시 조류의 하나인 시아노박테리아, 즉 남조류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이 원시 조류의 화석에 남은 틸라코이드 구조를 고성능 현미경으로 파악했다. 틸라코이드는 남조류나 엽록체 내부의 막 구조물로 광합성 반응이 나타나는 구역이다.

발굴 조사를 이끈 리에주대 생물학자 캐서린 데몰린 교수는 "화석은 17억5000만 년 전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가 존재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며 "지구의 생명체들이 어떤 경위로 번영해 왔는지 이해하는 소중한 단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광합성은 조류나 식물이 빛에너지를 받아 양분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햇빛을 받아 물과 이산화탄소를 포도당 및 산소로 바꾸는 광합성은 생물이 자연에게 받은 커다란 혜택이자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호주 맥더모트 지층서 나온 나비푸사 마젠시스 화석의 틸라코이드 구조 <사진=리에주대학교·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캐서린 교수는 "광합성은 우리가 음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보충하는 밑바탕이 된다"며 "광합성으로 태양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변환돼 전분 등 유기물로 축적되는 것은 물론,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 역시 광합성이 만든다"고 전했다.

지구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처럼 산소가 풍부하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약 24억 년 전 일명 '대산화사건(대산소 발생사건)' 이후 지구의 산소가 갑자기 늘었는데, 그 원인은 지금까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캐서린 교수는 "광합성이 가능한 생물의 대량 출현이 지구가 산소로 채워진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며 "지금껏 발견된 제일 오래된 광합성 생물 후보는 약 20억~18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이엔토피살리스 벨케렌시스(Eoentophysalis belcherensis)"라고 전했다.

지구 대산화사건의 원인은 광합성이 가능한 식물 또는 조류의 대량 발생으로 여겨진다. <사진=pixabay>

이엔토피살리스 벨케렌시스는 이미 화석이 발견됐지만 내부 구조가 제대로 보존된 샘플이 없었다. 때문에 학자들은 정말 이 세균이 광합성을 했는지 단언할 수 없었다.

리에주대 연구팀은 이엔토피살리스 벨케렌시스와 같은 종인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들을 찾던 중 나비푸사 마젠시스의 미화석과 마주했다. 이들 샘플을 다양한 고성능 현미경으로 관찰한 끝에 틸라코이드 구조를 확인됐다.

캐서린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지구상 생물의 광합성 연대가 완전히 해명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구의 '대산화사건'에 앞서 광합성이 가능한 생물이 발생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오랜 미스터리를 풀 열쇠 하나를 발견했음은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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