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를 통치한 희대의 정치가이자 로마 제정의 기틀을 닦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이 선명한 2000년 전 납탄이 발굴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자치대학교(AUM)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낸 발굴 보고서에서 고대 로마제국의 종신 독재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과 미지의 도시명이 선명한 조그만 납탄을 소개했다.

투석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이 납탄은 길이 약 4.52㎝, 무게 약 71g이다. 아몬드 또는 럭비공 모양으로, 이미 사용된 듯 표면 한쪽이 찌그러졌다.

스페인 몬틸랴에서 출토된 이 납탄은 정적과 내전에서 싸우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는 카이사르(CAES), 다른 쪽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명 'IPSCA'가 각각 새겨졌다. 

2000년 전 문다 전투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납탄. 한쪽에는 카이사르(CAESAR)의 이름을 줄인 CAES, 다른 쪽에는 지명으로 추측되는 IPSCA가 각인됐다. <사진=AUM 공식 홈페이지·하비에르 모랄레조 오르덱스>

연구팀은 카이사르 내전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이집트, 아프리카 반도, 발칸반도를 휩쓸며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점에 주목했다. 내전의 막바지 전투 중 기원전 45년 3월 벌어진 문다 전투에서 사용된 납탄이라면 이런 문구가 새겨져도 이상할 것 없다고 결론 내렸다.

AUM 역사학자 하비에르 모랄레조 오르덱스 교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벌어진 문다 전투에서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병사 수만 명을 잃었고, 결국 카이사르가 승리해 로마로 개선했다"며 "납탄에 새긴 지명은 카이사르 내전 기록에 없는 고대 스페인 마을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납탄의 양면에 양각된 문자는 아마도 거푸집을 이용해 찍어냈을 것"이라며 "글자 일부가 변형된 것은 단단한 물체로 충격을 가한 결과로, 탑탄이 실전에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납탄이 로마시대 문다였던 현재의 몬틸랴에서 나왔고 기원전 1세기부터 유행한 거푸집 각인 방법으로 글자를 새긴 점에서 문다 전투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고대 로마제국의 종신 독재관이자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 <사진=pixabay>

하비에르 교수는 "거푸집 양각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짧고 굵은 단어로 간결하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며 "아마 역사서에 남지 않은 'IPSCA' 사람들은 스페인까지 확대된 내전 당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지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대부분의 스페인 원주민이 내전 당시 폼페이우스에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에 이 작은 투석탄에 흥미를 보였다. 일부는 납탄이 카이사르 내전에 대한 새롭고 중요한 정보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스페인에서 단 하나 발견된 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비에르 교수는 "스페인 내에서도 'IPSCA'처럼 카이사르와 동맹을 맺은 지역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이들은 카이사르 군을 위해 투석용 납탄을 제조하고 투석 부대도 제공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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