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달에 탐사 장비를 보낸 일본 우주개발 전문가가 60점짜리 성공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개발연구소 쿠니나카 히토시(63) 소장은 20일 달 착륙선 '슬림(SLIM)'의 핀포인트 착륙이 성공한 후 점수를 매겨 달라는 기자들 질문에 "60점"이라고 답했다.
JAXA에 따르면, '슬림' 탐사선은 19일 밤 11시40분경 착륙을 위한 강하 준비를 시작했다. 예정된 20일 자정부터 달 표면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슬림'은 20여 분 뒤 시올리 크레이터 부근에 착륙했다.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달에 탐사 장비를 보낸 일본은 환호했다. 다만 쿠니나카 히토시 소장은 "60점짜리 턱걸이 성공"이라고 야박한 점수를 줬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로 탐사에 유리하지만 표면에 장비를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약 6분의 1에 불과하므로 착륙선의 강하 속도나 자세, 고도 제어가 까다롭다. 중력을 고려해 강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달 표면에 끌려 들어가 충돌한다.
게다가 '슬림'은 전례가 없는 핀포인트 착륙에 성공했다. 지금껏 달에 내린 탐사선은 목표 지점과 착륙 지점의 오차가 수~수십㎞나 됐지만 '슬림'은 목표한 곳에서 100m 이내에 착륙했다. 비결은 평평하지 않은 지표면에도 내릴 수 있는 독특한 설계다. '슬림'은 착륙 시 기체 바닥면의 한쪽 끝이 먼저 접지하고 경사면을 따라 쓰러지듯 기체를 내릴 수 있다.
쿠니나카 소장은 "'슬림' 미션은 이미 입수된 데이터 만으로 성공이 확실시된다"면서도 "착륙 자체는 성공했지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태양전지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JAXA에 따르면, '슬림'은 착륙한지 하루가 지난 21일까지 태양전지 충전이 되지 않았다. 만약 현재 배터리로 버틸 경우, 멀티 밴드 카메라 등 기본 장비만 사용한 최소한의 미션이 가능할 전망이다.
쿠니나카 소장은 "'슬림'은 달 내부 맨틀이 노출된 것으로 생각되는 시올리 크레이터 부근 경사면에 내린 후 암석을 분석하는 중요한 미션을 띠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는 활동 가능한 기간이 불과 몇 시간이므로 미션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JAXA는 '슬림'이 태양전지에 태양광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착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체가 뒤집힌 경우도 배제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태양전지 충전 기능이 복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